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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Aug 22. 2024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을 찾는 여정

세컨드 프로젝트 Second Project

디자이너로서 가게를 열고 이를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모두가 바이러스와 힘겨운 사투를 이어가는 지금, 상황은 더욱 암울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6년부터 ‘좋은 디자인은 세상을 이롭게 한다’라는 명료한 철학을 뚝심 있게 소개해온 가게가 대구의 작은 골목에 있다. 바로 최준영, 이정혜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세컨드프로젝트가 이번에 만나볼 그 가게.


상공간 운영 경험이 전혀 없었던 두 디자이너는 지난 4년간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세컨드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국내에 좋은 디자인 제품을 알리겠다는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콘셉트 아래, 변화와 실험을 거듭하며 그들만의 속도로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해온 것.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두 디자이너. 하지만 이 어려운 시국에도 조급해하지 않으며 진정성 있게 디자인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자연스레 브랜드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세컨드프로젝트 최준영 디자이너에게 가게의 더 많은 이야기를 물었다.

세컨드프로젝트 파사드 전경 | ©세컨드프로젝트


Interview with 최준영, 이정혜

세컨드프로젝트 디자이너


세컨드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최준영, 이정혜 디자이너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최준영입니다. 저는 패션 업계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정혜 디자이너 역시 같은 업계에서 옷의 재료가 되는 원단을 디자인하는 소재 · 컬러 디자이너로 일을 했고요.


두 분은 인하우스 디자이너로서 활동하시다가 퇴사 후, 지난 2016년 세컨드프로젝트를 열었습니다. 그것도 대구의 작은 골목에서요.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대구가 고향이긴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2016년경 저희에게는 정신적, 육체적 안정이 필요했어요. 서울의 치열한 경쟁과 비즈니스에 집중된 생활 패턴, 그리고 최악의 미세먼지까지. 생활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던 차에 우연히 대구에 내려올 일이 있었는데 마음이 정말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 방문 때도 그러했고, 지역사회의 느리게 흐르는 듯한 생활 패턴에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였지만 이곳에서 다시 무언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죠. 결국 대구에서 살아보기로 했고,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인근에 마음에 드는 집을 찾게 되었습니다.

내부 전경 | ©세컨드프로젝트

2016년을  돌이켜보면, 서울에서도 감도 높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들이 하나둘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한데요. 그때의 셀렉숍은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익숙한 공간은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라는 큰 결정을 내리고 독립적으로 스토어를 오픈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간 패션 관련 일만 하다 보니 다른 분야의 디자인 작업에도 갈증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출장을 가면 패션 매장도 보지만 생활용품 편집매장, 크고 작은 마트, 서점, 전시, 가구점 등 다양한 종류의 공간을 둘러보곤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항상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데요. 아직 수요가 많이 없어 그럴 수 있지만, ‘외국보다 우리나라는 잘 만들어진 디자인 제품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라는 것이었어요. 저 역시 디자이너로서 저희가 생각하는 좋은 제품들을 지속해서 소개하면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높아질 것이고, 그렇게 좋은 제품들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 결국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처럼 작고 소소하지만 좋은 디자인 상품을 하나씩 공유하고자 세컨드프로젝트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제품들을 찾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다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분야를 찾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죠. 회사에서는 디테일하게 해보지 못한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든지. 내가 일을 다시 시작한다면 어떤 디자인 분야가 가장 잘 맞을지 세컨드프로젝트를 통해 고민해 보고 싶었어요.


세컨드프로젝트에서 두 분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나요?

저는 매장 관리와 유지, 이정혜 디자이너는 판매, 고객 관리, 그리고 상품 구성에 집중합니다. 매장 전략 같은 것은 같이 고민하고 결정하죠.

내부 전경 | ©세컨드프로젝트

향기 제품, 스킨케어, 패션 잡화, 데스크 용품, 리빙 아이템, 포스터 그리고 프라이탁까지. 소개하는 제품군이 다채롭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보이나요?

좋은 제품이라면 딱히 카테고리를 구분하진 않습니다. 보통 직접 사용해보고 그 제품이 좋다고 판단되면 선택하는 편이죠. 평소 좋아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도 물론 포함되고요.


그렇다면 평소 어떻게 숨은 보석 같은 브랜드를 발굴하는지 궁금합니다.

프라이탁처럼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고수하는 브랜드, 혹은 간혹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브랜드나 제품들은 리스트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요즘은 찾기가 쉽지 않지만, 상업적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이 아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 잘 만들어져서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 외에도 좋은 브랜드, 제작자는 주변에서 우연히 접하기도 하고, 필요에 의해 조사하고 발굴하는 경우도 있어요. 국내 브랜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리서치를 병행합니다. 쇼룸이 없는 신생 브랜드의 경우 직접 연락해 만나보기도 하고요. 국외 브랜드 역시 비슷한데요. 온라인으로 리서치 해보고 지속해서 거래가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직접 가서 실물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핍니다.

세컨드프로젝트에서 소개하는 문진 제품들 | ©세컨드프로젝트

세컨드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면 디자인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특히 “좋은 디자인은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디자인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브랜드 활동을 전개하는 것에 두 분은 천상 디자이너란 생각도 드는데요. 세컨드프로젝트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 혹은 바른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조금 더 부연해 주세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디자인된 제품은 시간의 흐름에 맞게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죠. 반면, 상업적 의도로 기획된 제품들은 수명이 짧은 편이에요. 짧게 사용되고 버려진다면 환경에도 좋지 않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쏟아지는 제품들을 이러한 것이 대부분인데요. 회사를 유지하려면 당연히 이해되지만, 좋은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안타까운 현상이죠.


많은 에너지와 자본이 투입될수록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에,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 역시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잘 만들어진 빈티지 제품이 유행하고 있어요. 디자인 부흥기에 만들어진 제품들이 지금까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넉넉한 원자재 사용과 디자이너의 오랜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반면 요즘 대부분 상품들은 원가절감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디자인되기에 좋은 자재나 높은 원가를 투입하여 제작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쉽게 가려고 남의 것을 카피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물론 너무 큰 원가와 에너지 투입은 회사와 브랜드 유지를 어렵게 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잘 찾아보면 소신 있는 원자재 선택, 디자이너의 많은 고민이 드러나는 제품들도 꽤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버티고 탄생한 제품 역시 분명 좋은 디자인일 것입니다.


세컨드프로젝트에서 소개하는 좋은 디자인을 가진 상품 중 특별히 소개해 주실만한 것이 있을까요?

‘프라이탁’은 원래도 애정 했지만, 딜러로서 소개하며 더 좋아진 브랜드입니다. 대부분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 또는 인싸들의 가방 정도로 알고 계시는데요. 패션 업계에서 친환경 이미지로 포장된 브랜드들의 실상을 파헤쳐 보면 보통 제작 과정의 아주 일부만 친환경적인 부분에 해당하곤 하죠. 반면, 프라이탁은 제품뿐만 아니라 운영 방식 또한 지속 가능한 방식을 고집해요. 예를 들면 제품을 개별 포장하는 폴리 백과 쇼핑백 또한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죠. 사은품 역시 생산 과정에서 남은 조각들로 만들어지며, 집기들도 모두 재활용하고 다양한 공간에 사용할 수 있게 잘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소소한 것에도 세심하고 합리적이며 지속 가능한 전략을 펼치는 것을 보면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렇게 브랜드에 대해 더 잘 알고 소비한다면 조금 더 가치 있는 소비가 되지 않을까요? 프라이탁을 사용하는 것이 단순히 유행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고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간다라는 의미가 더해진다면 브랜드를 소개하는 딜러의 입장에서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세컨드프로젝트의 프라이탁 디스플레이 | ©세컨드프로젝트

다음은 향기 브랜드인 ‘아포테케프라그란스’입니다. 최근의 반일감정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소신껏 자신만의 철학을 고집하며 제품을 만들어가는 점에서 좋은 디자인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며 많은 고민과 연구 끝에 만들어지는 향기는 소비자들에게 큰 만족을 줄 수밖에 없죠. 그래서인지 아포테케프라그란스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다른 브랜드로 옮기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시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아포테케프라그란스를 카피한 브랜드가 생겨나기도 했어요.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좋은 브랜드를 사용하고 응원함으로써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올 제품의 퀄리티를 생각한다면 이런 현상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컨드프로젝트의 아포테케프라그란스 디스플레이 | ©세컨드프로젝트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좋은 디자인은 ‘라부르켓’입니다. 스킨케어 상품을 선보이는 스웨덴 브랜드이죠. 얼마 전 한국 유통 관리자가 바뀌면서 아쉽게도 세컨드프로젝트에서 더는 소개할 수 없지만, 제품성이 참 좋은 브랜드입니다.

라부르켓 | ©세컨드프로젝트

군더더기 없는 매장 디자인도 참 인상적입니다. 메탈 선반, 목재 선반, 프라이탁이 보관된 종이 패키지까지. 각기 다른 재료가 하나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조화를 이루는데요. 구체적으로 공간은 어떠한 콘셉트로 디자인되었나요?

특별한 콘셉트는 없어요. 제품 구성과 그에 맞는 분위기,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집기로만 채워진 꾸밈없는 공간이죠. 말씀하신 디자인은 마지막으로 변경된 인테리어인데요. 몇 번에 걸쳐 공간 디자인을 변경했었습니다. 초기에는 세컨드프로젝트 브랜드를 천천히 키워나가고 싶었어요. 시작부터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 게 조금은 부담됐고 공간 역시 폐쇄적인 분위기로 디자인됐었죠. 두 번째도 비슷하지만 좀 더 무거운 느낌이어서 알고 오시는 분 이외에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이었고요. 이후에 조금씩 매장이 안정화되며 개방적이고 편안한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으로 다시 한번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좀 더 많은 고객을 소화해낼 수 있는 체력이 된 거죠! 그래서 개방적인 파사드와 밝은 톤의 매장 분위기, 그리고 제품에 알맞게 디자인한 집기들로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세컨드프로젝트에서 소개하는 세라믹 캔들 | ©세컨드프로젝트

초기에는 매장에서 커피도 선보였습니다. 단편적인 생각으론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면 자연스레 손님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나 상품도 더 깊이 감상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매출에도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더는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커피를 제외한 이유는 공간과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 때문이었습니다. 오픈 초기에는 매장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만큼,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곳을 찾는 고객님들을 위해 커피를 함께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히려 제품이 아닌 커피 파트에 손님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여 한동안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준비도 미흡했고, 메뉴 구성도 대중적이지 못했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주력이었던 디자인 상품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세컨드프로젝트의 존재 목적에 집중하고자 과감히 커피를 제외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커피는 위생 관리에 철저해야 하는데 이 또한 효율성 면에서 많이 떨어졌어요. 청소만 하루에 3시간씩 하다 보니 시간과 체력 모두 낭비되는 느낌이었죠.


오프라인부터 온라인 샵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많은 양의 상품을 관리하며 온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나요?

아무래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다른 성격 때문에 운영 방식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는데요.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에 좀 더 집중하고 있어서 온라인은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성향이라 그런지 세컨드프로젝트 고객들도 직접 제품을 보고 선택하길 바랐고, 자연스레 오프라인에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온라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매장에 자주 오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개설했다가 최근에 레이아웃을 다듬은 정도에요. 온라인은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세컨드프로젝트

앞서 언급했듯이 4년 차에 접어든 편집숍이 되었습니다. 이제 곧 2021년이 되는 만큼,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가 계획되어 있나요?

내년에는 소비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 중입니다. 그간 친분을 만들어온 분들과 협업도 진행해 볼 생각이고요. 좀 더 다양한 시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세컨드프로젝트는 어떤 공간이길 바라나요?

지금까지는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소매점 일을 처음 하다 보니 운영이 원활하지는 못했어요. 아직도 이렇게 해야겠다는 방향이 명확하진 않지만, 그간 운영하면서 배웠던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좀 더 개성 있는 매장이 되고자 합니다. 세컨드프로젝트는 많은 사람에게 관심받기에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가니까 그냥 들러보는 그런 매장보다는 “거기 가면 어떤 거 있어!”, “어떤 게 필요할 때 거기 가면 돼!”, “예전에 거기 자주 갔었는데, 한번 오랜만에 가볼까?”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매장이 되길 바랍니다.


<세컨드프로젝트 Second Project>

주소 | 대구 중구 동덕로14길 33

운영시간 | 12~20시(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 we-second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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