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오카 겐메이-plastics>
목공예, 칠공예, 금속공예 등의 공예품은 경년변화(세월의 경과에 따라 모습이 변화하는 것)를 즐길 수 있는 물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반면, 플라스틱 제품은 쉽게 버리고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를 평생의 물건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오는 12월 30일까지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에서 열리는 <nagaokakenmei plastics>전은 주목할 만하다. 본 전시는 디앤디파트먼트의 창립자 나가오카 겐메이가 기획한 것으로 ‘플라스틱도 평생의 물건이 될 수 있다’라는 플라스틱에 대한 새로운 견해와 관점을 소개한다.
가공하기 쉽고, 생산도 용이하며, 발색도 우수하고, 내구성까지 좋은 플라스틱은 특히 디자이너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물론 지금은 많은 디자이너가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며 보다 지속 가능한 재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말이다. 나가오카 겐메이 역시 이 다재다능한 물질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특히 그는 ‘경년변화한 플라스틱’을 정말 좋아해 이를 수집하고 디앤디파트먼트를 통해 꾸준히 소개하고 판매했다. 다시 말해 평생에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플라스틱 물건을 지속해서 알려온 것이다.
버려지지 않고 긴 시간 저마다의 기능을 다해 온 다채로운 플라스틱 물건들이 한 공간에 놓여 있다. 색이 바래고 어딘가 닳고 소모된 물건들. 비록 처음의 매끈한 모습은 아닐 수 있지만, 오랜 시간 누군가의 애정을 받으며 사용되어온 플라스틱의 모습은 오히려 더 근사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나가오카 겐메이가 수집한 플라스틱 물건 외에도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 스태프들이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플라스틱도 함께 공간에 놓여 더욱 풍성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한국의 플라스틱 화분: 이번 전시 개최가 결정되면서 서울점 스태프가 현지에서 경년변화한 플라스틱을 수집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가장 수집하고 싶었던 물건이었고 실제로 가장 먼저 발견했던 물건이었다. 나가오카 겐메이가 오키나와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화분과 같은 개념으로, 한국에서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업무용 플라스틱 화분이다. 오래 쓰여서 멋지게 경년변화한 매력이 돋보인다. ©D&DEPARTMENT SEOUL by MILLIMETER MILLIGRAM
나가오카 겐메이가 오키나와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화분이 전시의 초입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본 전역에서 저렴한 비용에 쉽게 구할 수 있고 내구성도 아주 우수한 이 화분은 오랜 시간 사용되어도 좀처럼 깨지지 않고 실내외 어디서든 묵묵히 식물을 돋보이게 한다. 전시 중인 화분 역시 그것이 머금은 세월만큼 색이 바래고 상처가 군데군데 낫지만 그래서 더욱더 기특해 보인다. 한편, 서울점 스태프가 소개하는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화분도 눈에 들어온다. 나가오카 겐메이가 수집한 그것처럼 경년변화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스카치테이프 디스펜서: 스카치테이프를 넣어서 쓰는 디스펜서. 플라스틱 소재가 주는 저렴한 느낌을 대표하면서도, 생활 속에서 굉장히 활약하고 있는 물건 ©D&DEPARTMENT SEOUL by MILLIMETER MILLIGRAM
메이지 제과 서류 박스: 일본의 제과 기업인 ‘메이지 제과’에서 창립 50주년 기념품으로 만든 서류 수납용 박스 ©D&DEPARTMENT SEOUL by MILLIMETER MILLIGRAM
메이지 제과 서류 박스: 일본의 제과 기업인 ‘메이지 제과’에서 창립 50주년 기념품으로 만든 서류 수납용 박스 ©D&DEPARTMENT SEOUL by MILLIMETER MILLIGRAM
케로린 목욕탕 바가지: 케로린이라는 일본의 제약회사가 만든, 일본의 대중목욕탕에서 쓰이는 바가지. 회사 광고용으로 제작한 바가지로,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디자인 ©D&DEPARTMENT SEOUL by MILLIMETER MILLIGRAM
전시 공간 뒤쪽에는 나가오카 겐메이가 일본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물건들이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 경년변화의 멋을 전한다. 그중에서도 스카치테이프 디스펜서는 독특한 형태와 선명한 발색, 그리고 유용성까지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의 특성이 아주 잘 드러나는 한편, 일본의 제과 기업 ‘메이지 제과’에서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서류 수납 박스는 반투명한 재질과 함께 상단의 독특한 패턴이 흥미롭다.
소주잔: 소주잔은 투명한 유리잔이 스탠더드가 되었지만,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소주잔이 있었다. 오래 쓰여서 색도 불투명해지고 긁힌 자국도 많지만 컬러감과 형태가 매력적인, 경년변화한 플라스틱 소주잔이다 ©D&DEPARTMENT SEOUL by MILLIMETER MILLIGRAM
장바구니: 지금은 일회용 봉투 또는 에코백으로 대체되었지만 옛날에 시장에서 장을 볼 때 널리 사용됐던 플라스틱 장바구니 ©D&DEPARTMENT SEOUL by MILLIMETER MILLIGRAM
공간 중앙에는 서울점 스태프들이 국내에서 수집한 경년변화한 플라스틱 물건들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소주잔이 인상적인데, 오래 사용되어 색은 불투명해졌지만 독특한 형태와 절대 깨질 것 같지 않은 두께와 품질이 특히 돋보인다. 이 외에도 사이다 박스, 장바구니 등 시간이 흘러 더욱더 멋지게 변화한 물건들이 ‘플라스틱도 평생의 물건이 될 수 있다’라는 전시 주제를 보기 좋게 증명한다.
일상생활부터 건축, 그리고 우주 산업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는 다재다능한 물질 플라스틱. 하지만 지구는 물론 지구 바깥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돼온 이 물질을 바라보는 시선이 최근 급격하게 나빠졌다. 플라스틱이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인식되며 그 어느 때보다 탈 플라스틱을 향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0% 플라스틱 없는 생활은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플라스틱 없는 세상보다는 영리하게 플라스틱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수 있다.
나가오카 겐메이는 말한다. “편리에 의해 만들고, 이용당하고, 고장 나지 않기 때문에 버리지도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변색하거나, 닳아 소모되는 것뿐.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최대한의 표현으로, 그것을 새로운 미의식을 갖고 마주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우리도 모르는 새 몸에 미세하게 들어간다는 이유 등으로 불평만 하지 말고, 평생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서 사랑해 봅시다.”
<nagaokakenmei plastics>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240 지하 1층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 전시장
기간: 2020.10.27 ~ 2020.12.30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무)
문의: 02-795-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