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 Social life of Things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는 촘촘하게 기획된 주제전을 통해 선보이는 사물들과 감도 높은 공간 구성으로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잔상을 남긴다. 한편, 와인⋅착즙 주스 등 정성이 담긴 웰컴 드링크, 퍼거슨 힐Ferguson hill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풍성한 선율의 음악, 공간 곳곳에 은은하게 베인 인센스 향까지. 공간을 위해 섬세하게 구성된 유무형의 요소는 더욱 깊은 브랜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삼선동의 어느 한 골목에 이렇게 감각적인 공간을 만든 것은 남매이자 각각 기획자와 건축가로 활동하는 임지선, 임지수 공동 대표. 그들은 기획자와 건축가 소위, 본캐로서의 활동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와 서로의 취향 등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두 대표를 만나 그들이 부캐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게의 사정을 물었다.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 운영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의 공동 대표이자 남매이기도 한 임지선, 임지수 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브랜딩 디렉터이자 현대미술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임지선과 건축 설계와 시공을 하는 임지수입니다. 누나 임지선은 아라리오 미술관을 거쳐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브랜드 기획과 전시기획을 하는 기획자로서, 동생 임지수는 조병수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거친 이력을 통해 독립 후 젊은 건축가로서 활동하고 있어요.
두 분의 본업이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의 활동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나요?
어느덧 저희 남매가 일을 시작한 지 8년 차가 되는데요. 기획자와 건축가라는 각자의 ‘본캐(본업)’로 다년간 활동하며 얻게 된 취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희의 취향이 반영된 가구, 조명, 가치 있는 그림들과 서적 등 사물들을 소개하는 ‘부캐’를 만들었어요. 저희 본캐의 일은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 잡으로 이뤄져요. 그러다 보니 본캐는 다 말하지 못한 것들에 늘 갈증을 느끼죠. 그렇게 우리만의 흥미롭고 소구력 있는 기획을 바탕으로 공간과 사물들을 조명해서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했어요. 취향의 결이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 만들어보자 하고요.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는 이러한 까닭에 일주일에 이틀만 운영하며 나머지 요일은 ‘본캐’에 집중을 해요. 기획자와 건축가로서 분주하고 촘촘하게 활동하는 것이야말로 ‘부캐’에 가져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풍부한 인풋이더라고요. 그리고 부캐는 또 새로운 영역을 건드리고 확장하여 본업에 자극을 주는 식으로, 서로 간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Social life of Things, 한글로 쓰면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 총 아홉 글자로 이루어진 브랜드명입니다. 사람들이 단번에 기억하기에는 다소 길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브랜드명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는 아르주 아파두라이Arjun Appadurai의 저서 제목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사물이 언제 재화적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 문화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은 바로 사물들이 가치를 더해가는 순간이었어요. 같은 문화적 배경에서 태어나, 역사적 가치를 더해가는 사물이 있는가 하면 그 가치를 잃어가는 사물들이 있어요.
왜 어떤 의자는 유독 비싼지, 비슷한 크기의 램프인데도 어째서 두세배의 가격을 지녔는지에 대해, 혹은 카피가 아닌 오리지널을 갖는다는 것이 내 삶에 얼마나 풍부하고 정성스러운 가치를 가져가는 것인지 말해주는 브랜드가 되고자 다소 긴 이름을 갖게 되었네요.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는 스토어 운영자의 취향이 담긴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점에서 편집숍 같으면서도, 공간의 주제가 매번 바뀌는 부분에서는 갤러리를 닮았어요. 이곳을 어떤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는 편집숍 3세대를 지향하며 공간 운영을 전개해 나가고 있어요. 럭셔리, 하이엔드의 1세대 편집숍을 거쳐 대중적이고 브로드한 취향을 다룬 2세대, 그리고 아직도 진행 중인 3세대 편집숍은 뾰족한 주제와 주관적 미감을 가진 곳이라 생각합니다.
다루는 브랜드들에 대한 해석을 한 가지만 제공한다기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싶었어요. 단 하나의 사물에도 시대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또는 제작자의 관점과 소비자의 관점, 혹은 제작 당시의 관점 등 다채로운 이야기와 시선이 교차하니까요. 뾰족하게 다듬어진 주제에 집중해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이를 오너의 주관적 해석에 맞춰 미적 연출을 하는 곳이면 어떨까 했지요. 그러고 보니 갤러리와 같은 맥락이기도 하네요. (웃음) 해외의 디자인 페어나 아트 페어에서 만난 가구나 조명 브랜드처럼 브랜드의 미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연출과 함께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덧입힌 곳으로 점차 자리 잡아가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첫 번째 주제전 <베를린 역을 지나서>는 바우하우스를 주제로 합니다. 지난 2019년은 바우하우스 100주년이었던 만큼 이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전시를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는 어떤 시선으로 바우하우스를 소개하나요?
<베를린 역을 지나서: 삶 속으로 들어온 바우하우스>는 1919년에 설립된 바우하우스의 미학이 현재 우리 삶의 어디까지 들어와 있는지 섬세하게 추린 사물들로 보여드리고 있어요.
당시엔 너무나 획기적이고 센세이션 했던 바우하우스의 디자인이 지금은 일상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렇다면 그 뿌리와 기원은 어땠는지, 당시의 주요한 인물들과 그 디자인은 어땠는지 최대한 오리지널을 보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사물들은 또 어떠한지도 보여주려 애썼고요. 예를 들어, 흔히 접하고 알고 있는 바겐펠트 램프가 왜 바우하우스의 미학을 잘 드러나는 램프인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익숙한 이 디자인이 어디서부터 기원했는지 등을 보다 풍부하고 넓은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서 지금 당신의 취향은 어떠한지 묻고 있어요. 어떤 오브제를 좋아하는지, 이런 현대 건축은 어떤지, 이렇게 표현된 현대미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저희만의 주제전을 통해 질문을 던집니다.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의 운영자가 아닌 기획자이자 건축가로서 남매는 어떤 활동을 펼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임지선 전시기획자로서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 텍스트를 씁니다. 작품과 작업, 전시를 늘 보러 다니며 이를 분석하고 글을 읽고 쓰지요. 생각해 보면 하루에 열 개 이상의 전시를 볼 때도 있으니 소화하는 시각예술의 양이 상당한 것 같네요. 또 브랜드 기획자의 일상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 스터디, 매력적인 브랜딩 전략 설계,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등 브랜드의 유무형을 탐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베이커리처럼 온⋅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브랜드부터 온라인 세일즈 위주의 베이비케어 브랜드, 퍼스널 브랜딩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닮은 듯 다른 두 분야의 바다를 지치지 않고 유영하며 얻어오는 인사이트를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에서 더 펼쳐보고 싶네요.
임지수 건축가로서 다양한 건축물들을 만나고, 설계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의 오래된 적산가옥을 재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서부터 상업공간 및 한옥이 들어가 있는 단독주택까지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단순히 새로운 공간보다 재료와 취향이 살아있는 멋진 공간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어요. 이러한 저희 남매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드는 활동들이 더 많은 층과 겹의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주제전도 벌써 기대가 됩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준비 중인지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주제전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포스터라던가, 식물과 가구전, 오디오와 스피커 기획전 등 삶과 예술을 촘촘하게 채워나가는 주제들을 보여드리려 해요.
Social life of Things
운영시간 | 1:00-7:00pm (화, 토요일)
주소 |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 16길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