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개인전 <FOCUS>
부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는 이지은 작가. 그는 자신이 지각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캔버스 안에 무의식적으로 녹여내고 재탄생시킨다. 그런 작가의 작업은 낭만적이고, 따뜻하며, 기분 좋은 편안함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깊은 어두움과 우울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지난 5월 20일부터 오는 6월 19일까지 도잉아트와 더쇼룸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지은 작가 개인전 <FOCUS>는 작가가 그간 선사해온 회화적 톤을 유지하는 동시에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화면 속 이어지는 장면들을 잘라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꾸며낸 이야기와 캐릭터, 공간들을 평면 속 캔버스로 옮겨 놓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에 없던 낯설고 어려운 일상을 경험하며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지금, 풍부한 상상력과 섬세한 터치 그리고 따스한 감성과 위트가 돋보이는 작업으로 우리가 모두 각자의 안식처에 와 있는 듯한 경험을 그린다.
전시에 대해 작가는 “아름다운 음악, 미장센이 펼쳐지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황홀해지기도 하고, 사건을 소개하고 그것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여러 감독과 캐릭터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건 나에게는 놀이고 학습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나의 색깔과 이야기로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이지은 작가는 주로 대부분의 그림을 한번 본 이미지를 상상해서 마음대로 그린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는 영화 속 감독이 되어 판타지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의 주인공이 되어 인물의 매력에 빠지거나 감정을 이입하기도 한다. 1차원 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 그저 마음에 드는 풍경과 의상, 물건에 집중하고, 실제 주변의 것들과 섞어서 그만의 새로운 서사를 창조해낸다.
미디어의 한 장면이 이지은 작가를 만나 또 다른 서사를 만들자 작품을 매개로 아티스트와 관람객 사이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일어난다. 관람객은 독특한 풍경과 유머러스한 캐릭터가 그려진 네모난 프레임을 곰곰이 들여다보며 어떤 작품이 작가를 통해 새롭게 탄생했나 유추해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계를 넘어 예술계 전체에 영감을 불어넣는 천재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의 명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작가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어떤 장면이 캔버스에서 재탄생한 것인지. 마치 이지은 작가가 그러했듯 관람객도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신만의 서사를 만든다.
이처럼 이지은 작가가 다양한 작품 속 어느 한 장면에 포커스를 두고 이를 패러디한 작품들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캔버스 속 평면 안에 재창조된 장면에는 그만의 위트와 따스한 감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새롭게 그려진 캐릭터와 장면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전시장에 흘려보내며 관람객에게 건조한 일상 속의 기분 좋은 웃음과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다. 언제나 특유의 유쾌함과 동시에 인간의 심연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까지 갖춘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이지은 작가. 앞으로도 영감 가득한 그의 활동이 계속해서 기대되는 이유다.
<FOCUS>
전시 기간: 2021년 5월 20일 (목) – 6월 19일 (토)
관람 시간: 화 – 토 11:00-17:00 ㅣ 매주 일, 월 휴무
전시 장소: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25길 9 B1 도잉아트
자료 협조: 도잉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