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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Nov 29. 2024

과격하고 유쾌한, 조안 코넬라 개인전 <VIP>

EM갤러리에서 만나는 조안 코넬라의 작품 세계

©AllRightsReserved Limited.

간단한 시각적 구성과 쾌활한 화풍이 돋보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아티스트 조안 코넬라Joan Cornellà Varquez(1981)의 개인전 <VIP>가 오는 9월 28일까지 서울의 EM갤러리에서 열린다. 본 전시는 지난 2016, 2018년에 이어 서울에서 열리는 조안 코넬라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덤을 가진 작가답게 많은 이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눈에 보았을 때, 이 젊은 작가의 작업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작품의 쾌활함 이면에서 그는 풍자를 통한 인간 본성의 암울한 면에 대해 논평하며, 우리의 민낯을 드러낸다. 냉소적이고 과격하며 기상천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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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 코넬라의 세계를 조명할 소개할 때 소셜 미디어에 관한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밝은 색감의 작품에 담긴 비판적 시선은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정치, 사회, 성적 이슈 등 민감한 문제를 가감 없이 다루는 그의 작품에는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비판이 늘 따라붙는다. 뮤지션의 음악을 듣는 팬의 귀가 터진다, 한 사람이 달려오더니 노인의 머리에 총을 쏜다, 팔다리가 잘린다, 창밖으로 뛰어내린다... 소셜 미디어의 유저들은 조안 코넬라의 블랙 유머, 반어적인 묘사에 불편함을 표하면서도 묘한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작가의 작업에 열광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저장하고 공유했다. 그리고 유독 아시아에서 더욱 인기가 많다는 조안 코넬라는 어느새 8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거물급 아티스트가 됐다. 


아이러니는 그가 종종 소셜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는 것. 소셜 미디어를 풍자했지만, 그가 스타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소셜 미디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이렇듯 언제나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자극적인 작품 활동으로 단숨에 주목받은 작가는 이제 온라인 생태계와 스페인을 넘어 홍콩, 도쿄, 서울, 북경부터 런던, 파리, 뉴욕까지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무대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AllRightsReserved Limited.

본 전시에서는 조안 코넬라의 최근 캔버스, 종이 회화 작품과 더불어 조각 작품 또한 전시된다.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블랙 코미디와 익살과 재치 있는 텍스트, 그리고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까지 작가가 그간 선보여 온 작업적 특징은 이번 개인전에서도 온전히 드러난다. 이러한 개성은 아티스트가 꾸준히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작가는 본인의 신작에 대해 “제 꿈이나 친구들의 꿈 등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 작품이 일부 있지만,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전제는, 저의 과거 작품들에 담았던 요소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담아보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자는 것이었습니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AllRightsReserved Limited.

현재 아트신에서는 메타버스를 비롯해 다가오는 시대의 기술과 화두를 작품 안에 담아내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조안 코넬라 역시 시대적 변화를 기민하게 감지하며, 이번 <VIP>전에서도 최신작들과 함께 ‘MOAR’는 FWEN 메타버스 기반의 VR 작품 또한 처음으로 소개한다. 2023년 7월에 만들어진 MOAR는 가상 현실 속 한 저택의 비밀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몇몇 체험 활동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얻어 갈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예술 작품이다. 관객들은 본 전시에서 MOAR를 체험하며 VR 예술이란 무엇이며, 그 시작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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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에 들어선 이후 전 세계인의 삶을 뒤흔든 사건으로 모두가 코로나19 사태를 꼽을 것이다. 팬데믹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던 것들을 비일상으로 뒤바꿔 놓았다. 일하는 방식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예술계도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동이 멈추고 만남이 제한되자 전시를 여는 것도 자유롭지 못했다. 팬데믹 동안 겪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현재, 우리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게 ‘서로에게 연결됨’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조안 코넬라의 작업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줬고,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반영한다. 전염병으로 변화된 현실을 곱씹으며 조안 코넬라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풍자하며, 관객들에게 대인 관계의 가뭄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연결 고리들을 향한 중요성을 깨우치게 한다. 작가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일상에서 겪을 수 있을 만한 극단적인 상황들과 마주하게 하고, 이러한 기이한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취하는 일상적이고도 지극히 평범한 행동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대비를 강조한다. 조안 코넬라가 초대하는 상상의 여행. 관객들은 상황과 행동이 이루는 대비에서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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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이 <VIP>라는 전시 제목에 담겨 있다. ‘Very Important Person(s)’, 즉 중요한 이를 뜻하는 전시 제목은 결국 우리가 모두 서로에게 매우 귀중한 존재임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한다. <VIP>는 모두를 위한, 모두를 초대하는 전시다. 보통 냉소적인 작품으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해 온 조안 코넬라였기에 필자는 이 따스한 시선이 담긴 전시 제목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AllRightsReserved Limited.

한편, <VIP>전은 창의적 활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하는 브랜드 ‘AllRightsReserved(이하 ARR)’의 ‘MEET_Project’의 일환으로 열린다. 아시아 전역의 수많은 기념비적인 설치 예술 작품에 기여한 바 있는 ARR은 이번 MEET_Project에서 새로운 시도를 꾀한다. 2019년 11월에 시작된 MEET_Project는 전 세계 예술가들이 그들의 창의적인 목표를 그동안 표출해 내지 못했던 방식으로 확장해 표현하게끔 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설치, 조각, 비디오아트, 디지털 기술 등의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성공적으로 끌어낸 DDT Store(ARR이 운영하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한정판 제품들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스토어)의 아성에 힘입어, MEET_Project는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창의성을 보유한 작가들의 요람이 되고자 한다. 예상치 못한 형태와 매개체를 사용하는 다문화적이며 창의적인 작품들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다.


조안 코넬라 개인전 <VIP>

전시 기간 | 2023.9.4 (월)–9.28(목)

전시 장소 | EM갤러리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48길 14)

운영 시간 | 12:00-19:00 (휴관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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