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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Dec 01. 2024

광안리 앞 편집숍, 부산시티라이프②

도시 생활자를 위한 광안리의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인터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부산시티라이프가 자리 잡은 목화아파트. 장소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죠. 광안리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으면서도 들어오는 순간 광안리의 왁자지껄함으로부터 차단되는 듯한 곳에 둥지를 틀었어요. 

표현민_부산 사람으로서 저희도 광안리를 정말 사랑해요. 바다와 광안대교.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죠. 그래서 무조건 광안리에 위치한 공간을 첫 번째 조건으로 알아봤어요. 그러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는데요. 여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확 들었어요. 광안리가 정말 아름답고 좋지만, 요새는 너무나도 유명해져서 늘 인파로 붐비고 조금은 피곤한 느낌도 드는 게 사실인데요. 반면에 이곳 목화아파트는 바다 바로 앞에 있음에도 들어오는 순간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고요해져요. 고작 담 하나를 두고 180도 달라지는 분위기에 매료되었죠. 게다가 햇살도 정말 잘 들고 마당에 있는 큰 나무 한 그루도 마음에 무척 들었어요. 한 마디로 이곳만의 따스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그 자리에서 계약했습니다. (웃음) 

©Kunhee Lee

목화아파트 외부에 붙은 현수막을 보니 재개발, 재건축 이슈가 있는 것 같던데요?

표현민_맞아요. 처음부터 재건축 문제를 생각하며 여기에 들어왔어요. 아직 언제가 될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대비하지 않을 수 없겠더군요. 그래서 인테리어에 큰 품을 들일 수 없었죠. 우리가 추구하는 가정집 같은 포근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상품 선반 등의 집기는 최대한 이동성이 좋은 것들로 꾸렸습니다. 쫓겨나면 언제든 이것만 들고 가면 된다는 계산이었죠.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웃음)

©Busan City Life

이제 갓 문을 열었는데 최대한 늦게 그런 날이 오길 바랄게요. (웃음) 그렇지만 품을 적게 들였다는 말이 무색하게 보는 입장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정말 신경 썼구나’하고 느꼈어요. 

송윤지_목수님들과 합이 좋았어요. 저희가 목수님에게 이렇게 하고 싶다고 종이에 쓱쓱 그려서 보여드리면, 그 자리에서 그걸 실물로 구현해 주셨죠. 상상한 것보다 훨씬 만족스럽게 결과물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죠. 

©Kunhee Lee

처음에 들어올 때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고 하셔서 놀랐어요. 왜 굳이 맨발로만 들어올 수 있게 한 건가요?

송윤지_일본에서 신발을 벗고 방문해야만 했던 한 의류 매장의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당시 저도 ‘왜 굳이 신을 벗어야 하지?’ 싶었지만, 막상 맨발로 들어가니 너무 시원하고 편안한 거예요. 발이 편안해지니 상품과 서비스를 접하는 일련의 경험이 훨씬 좋더라고요. 더 집중해서 상품을 살펴볼 수 있게 되니 신발을 벗는 행위가 전혀 귀찮지 않게 느껴졌어요. 그 때의 좋은 경험과 기억을 부산시티라이프에도 옮겨 오고 싶었죠. 

©Kunhee Lee

누군가에겐 신발을 벗는 게 매장을 경험할 때 허들이 될 수 있음은 저희도 인지하고 있어요. 부츠를 신은 분, 혹은 단순히 귀찮거나 불편한 분이 계실 수도 있죠. 그래서 저희도 항상 찾아주신 분들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이를 안내해 드리고 있어요. 다행히 조금 색다른 매장 경험을 재밌어하시는 분도 많고요. 부산 여행 중 들러주신 분들은 밖에서 많이 걸어 힘들었는데 여기서 신발을 벗을 수 있어 너무 편해서 좋다고 하시기도 하죠. 물론 문밖에서 쓱 둘러보고 발걸음을 돌리는 분도 있고요. 

©Kunhee Lee

부산시티라이프만의 바이브를 좋아한다면 신을 벗든 벗지 않든 꾸준히 공간을 찾아주실 거로 생각해요. 다음으로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큐레이션 하는지도 궁금해요.

표현민_보기에 좋은 것. 즉, 심미적인 부분을 가장 먼저 고려해요. 다음으로 부산시티라이프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상품을 선별하죠. 부담 없이 일상의 여유를 누리는 도시 생활을 제안하는 상품들이요. 심리적으로 다가가기 어렵거나 무거운 느낌의 사물 보다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소개하는 거예요.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대와 좋은 퀄리티를 갖춘 브랜드를 찾고 있어요.

©Kunhee Lee

개인적으로 부산시티라이프에서 처음 보는 브랜드도 많았어요. 

송윤지_흔하게 볼 수 없는 브랜드를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동시에 부산시티라이프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지속가능성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 액운을 막고 좋은 기운을 빌어 주는 명태 오브제, 독특한 실루엣을 가진 파자마 등 캐주얼 하고 흥미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하죠.

©Busan City Life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로컬 브랜드를 향한 관심이 높습니다. 부산시티라이프도 브랜드 네이밍에 지역명을 그대로 쓴 만큼, 두 대표님에게 부산은 어떤 곳인지 묻고 싶어요. 

표현민_저희 둘 모두에게 부산은 집처럼 정말 편안한 곳이죠. 다만, 문화 콘텐츠는 좀 더 다채로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심적으로 편한 것과는 별개로 문화적으로 좀 더 풍부한 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인 거죠. 

두 분이 부산의 풍부한 문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계신 것 아닐까요? 

송윤지_이제 시작하는 거죠. 아무도 기대하지 않겠지만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웃음)

©Kunhee Lee

부산시티라이프가 문을 연 지 갓 두 달이 지났어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지난 2개월은 어땠나요?

송윤지_라이프스타일 셀렉숍이란 또 다른 세상으로 뛰어들었어요. 좋아서 선택했지만, 이것도 결국 일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죠. 정신없고 때론 힘들지만 즐겁게 업무를 이어온 시간이었어요. 첫 가오픈 기간에는 대부분 지인이 찾아주셨어요. 그 이후엔 SNS에서 부산시티라이프를 접하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어가는 게 보여 정말 신기했죠. 종종 손님들과 소소하게 나누는 대화에 큰 행복감과 힘을 얻고 있어요. 저희도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운영은 처음이다 보니 고객님들께 어떻게 하면 최대한 불편하지 않으면서 좋은 공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했어요. 제대로 된 간판도 없는 이곳까지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Kunhee Lee

표현민_브랜드를 운영하고 공간을 꾸리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아요. 저 역시 셀렉숍은 처음 도전하는 일이라 아직은 자신감이 부족해요. 즐거우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공존하죠. 취향을 파는 공간인 만큼 상품이나 매장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은 휙 둘러보기만 하고 나가시거든요. 그런 때를 맞닥뜨리면 굳이 시간을 내어 힘들게 여기까지 찾아온 분들에게 ‘내가 물건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나? 분위기가 너무 별로였나?’ 같은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도 많은 분이 저희가 선별한 상품을 하나하나 꼼꼼히 보고, 만족스럽게 소비하시는 것을 보면 음식을 판매할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요. 결과적으론 쉽지 않은 만큼 재미도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모든 게 색다른 경험이니까요. 

©Busan City Life

최근 나의 일, 나의 브랜드를 꿈꾸는 이들이 부쩍 늘었어요.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표현민_요즘 보면 너무 빠른 성공을 바라고 준비 없이 조급하게 시작하는 분들이 많아 보여요. 그보다는 적어도 20대에는 좀 더 자기의 취향을 확실하게 탐구하고, 실력을 단단하게 기르길 바라죠. 그다음에 어느 정도 내가 자신감이 생겼을 때 무모하지 않게 시작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본인만의 무언가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보죠. 저도 어렸을 때 단단하게 나 자신을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정말 크거든요.

©Kunhee Lee

송윤지_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선 안에서 즐거움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과 단단함이 있다면 무엇이든 도전해도 좋다고 봐요. 단, 한 번 해보고 쉽게 돌아서는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면요. 현민 대표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경험과 계획 없이 무턱대고 시작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다면 무엇이든 일단 해보시길! 부산시티라이프 역시 가볍게 시작하지 않았어요. 반대로 정말 진하게 오래갈 수 있는 브랜드를 꿈꾸죠.

©Kunhee Lee

앞으로 펼쳐나갈 계획들을 귀띔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송윤지_물리적인 공간이나 하나의 브랜드로서 라이프스타일 숍도 좋지만, 소비자분들과 정서적으로도 더욱 친밀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오프라인 행사, 브랜드 협업, 색다르게 시티 라이프를 즐기는 분들을 조명하는 콘텐츠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죠. 부산시티라이프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저희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게 하고 싶고요.


부산시티라이프

운영시간: 화요일-일요일 11:00-18:00 (월요일 휴무)

주소: 부산시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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