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n Dec 02. 2024

오래된 사물의 새로운 여정을 제안하는 곳

아파트먼트풀 마켓

풍요의 시대. 우리는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사물로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최고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지만 낭만적으로 보이는 풍요로움의 뒤에는 과잉 생산에 따른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 등 심각함을 수반하는 다양한 문제가 있음을 지난 몇 년간 모두가 직접 경험했다. 인류는 팬데믹, 이상 기후 등을 겪으며 풍요의 이면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지속 가능성은 기업과 개인을 막론하고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가치로 떠올랐다. 

 

이번에 소개하는 ‘아파트먼트풀 마켓’은 사물의 새로운 여정과 의식 있는 소비를 제안한다. 특히 이곳은  브랜드가 전문성을 갖고 있는 ‘빈티지 가구’를 키워드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가치 있는 사물이 선순환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풍요의 시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의미 있는 소비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더 나은 생활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이 삶의 넉넉함을 향유하는 지금, 오래된 사물을 통해 풍요의 다음을 고민하는 아파트먼트풀 마켓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APARTMENTFULL MARKET


Interview with 이아영

아파트먼트풀 마켓 대표


― 지난 2022년 ‘아파트먼트풀 마켓’을 운영하는 ‘아파트먼트풀’이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 아파트먼트풀은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해 주세요. 

현시대를 ‘생산 과잉의 시대’라고 이야기해요. 지구상에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생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예요. 아파트먼트풀은 바로 이런 시대적 현상을 직면하며 빈티지 가구 편집숍 ‘원오디너리맨션One Ordinary Mansion’에서 런칭한 브랜드입니다. 저희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또 만드는 것이 아닌,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가치 있는 사물을 활용하고자 했어요. 궁극적으로 아파트먼트풀은 생산과 소비의 궤도에서 벗어나 사물의 선순환을 모색하죠. 이를 실현하고자 가구 렌탈 서비스, 전시, 스테이 등 빈티지 가구를 매개로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전개합니다.

©APARTMENTFULL MARKET

― 아파트먼트풀에 이어서 지난 2023년 12월 ‘아파트먼트풀 마켓’이 성수동에 오픈했습니다. 브랜드의 포트폴리오가 아파트먼트풀 마켓으로 확장된 이유가 있다면요?

중고나라,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인데요. 저희 또한 이를 경험하며 아파트먼트풀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빈티지 가구 기반의 중고 거래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가구 위탁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인 거죠. 모든 분이 빈티지 가구의 히스토리나 현재 시세 같은 것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잖아요. 반면에 저희는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이를 활용해 중고/빈티지 가구 거래 플랫폼을 선보인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게 아파트먼트풀 마켓입니다.

©APARTMENTFULL MARKET

― 아파트먼트풀 마켓의 거래 시스템을 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가구 위탁자분들이 제품의 구입 정보와 사진을 온라인에 업로드하면 제품의 진위와 컨디션 확인을 하는 1차 검수가 진행돼요. 그 다음 제품을 받아본 후에 현재 시세를 확인해 예상 판매 가격을 위탁자분과 논의하죠. 이 단계까지 잘 마무리 되면 실제 판매를 위한 2차 검수를 마친 후 거래를 진행합니다. 기존에는 아파트먼트풀 마켓 온라인숍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졌는데요. 이번에 오프라인숍을 열며 위탁자분들의 빈티지 가구를 직접 살펴본 후에 구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APARTMENTFULL MARKET

― 온라인숍 기반으로 아파트먼트풀 마켓을 운영해 오다가 지난 연말 오프라인 공간을 선보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온라인 스토어만 있을 때도 성수동에서 팝업 쇼룸을 열거나 ‘서울빈티지페어 2023’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서 직접 고객분들을 만나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저희가 히스토리 있는 피스들을 소개하다 보니 실제 가구를 볼 수 있는 상설 매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요. 많은 분이 온라인상의 가구 사진이 아닌, 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인 가구의 모습을 보고싶어 하셨죠. 마침 아파트먼트풀 뒤쪽에 있는 또 다른 건물에서 아파트먼트풀 마켓 오프라인 쇼룸을 열 기회가 생겼고, 여러 가지로 타이밍이 잘 맞아 지금의 공간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APARTMENTFULL MARKET

― 온라인숍과 다르게 오프라인숍에서 좀 더 차별점을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

온라인은 처음부터 구매 의사를 가진 분들이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오프라인은 우연히 들르는 워크인 고객분들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죠. 그렇게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브랜드가 지향하는 문화와 가치를 잘 알리고자 신경 쓰고 있어요.

©APARTMENTFULL MARKET

― 우연히 쇼룸에 방문한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단 되게 흥미로워하세요. 보통 편집숍은 운영자가 상품을 큐레이션 해서 소개하고, 방문객 역시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져 있죠. 반면에 아파트먼트풀 마켓의 상품 소개 방식, 즉 이미 오너가 있는 상품을 그 사람의 히스토리와 함께 소개하고 보여주는 곳은 잘 없기 때문에 생소하면서도 재미있어하세요. 무엇보다 매체에서만 보던 디자인 피스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며 앉아도 볼 수 있는 경험이 정말 좋다고 하는 분이 많습니다. 

©APARTMENTFULL MARKET

―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먼트풀 마켓을 더욱 흥미롭게 경험할 방법도 있을까요?

각 층의 컨셉이 조금씩 다른데요. 층마다 비슷한 결과 소재를 가진 가구들끼리 매치를 해놨어요. 지하 1층은 플라스틱부터 금속까지 주로 차가운 느낌을 주는 소재의 피스들을 함께 전시해 두었죠. 2층은 따스한 감도를 가진 가구들이 주를 이룹니다. 3층은 ‘데니쉬 모던’이라고 해서 티크, 오크와 같은 나무로 제작된 가구들이 주로 모여 있어요. 그리고 1층은 빈티지 서적과 오브제를 이용해 편집숍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요. 이렇게 각기 다른 사조의 제품들을 층별로 촘촘하게 배치해 본인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게끔 구성했습니다.

©APARTMENTFULL MARKET

― 공간의 첫인상이기도 한 1층을 빈티지 가구가 아닌 서적과 오브제로 채운 점도 눈길을 끕니다.

사실 가구는 자신의 독립적인 공간을 가진 분들이 주요 소비층입니다. 20대처럼 가구 구입 경험이 생경한 분들을 위해 1층은 라이프스타일숍처럼 누구나 들어와서 볼 수 있게끔 허들을 낮춘 거죠. 찻잔이나 오브제 같은 소품만으로도 빈티지의 매력에 빠질 수 있잖아요. 가구와 비교하면 가격대도 낮고요. 

©APARTMENTFULL MARKET

― 미드 센추리 가구의 유행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빈티지 스토어가 생겨나고 있죠.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계속해서 순환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피스들에 대한 시장이 이미 20, 30년 전부터 열려있었어요. 오히려 우리나라가 좀 늦은 것 같은 느낌이 있죠. 국내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향한 니즈는 계속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때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홈 퍼니싱 시장도 굉장히 성장했죠. 하지만 너무 빠른 성장엔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인데요. 디자인 가구가 유행하며 취향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성급하게 소비된 가구도 너무 많았어요. 이런 현상을 바라보며 아파트먼트풀 마켓처럼 제품을 순환시켜 주는 시장의 필요성을 더욱더 느꼈죠. 

©APARTMENTFULL MARKET

― 엔데믹을 맞은 이 시점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빈티지 가구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성숙기로 접어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잘 팔리는 동일한 디자인만 계속해서 보여줬다면, 지금은 브랜드와 운영자의 취향이 깃든 빈티지 업체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탈리아 디자인만 지속해서 선보이는 곳도 있고, 브루탈리즘 같은 아주 예전 빈티지 피스들을 보여주는 곳도 있고요. 미성숙한 모습으로 한꺼번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빈티지숍들이 이제는 깊은 취향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변모해 가는 거죠. 저도 흥미롭게 빈티지 마켓의 성장을 보고 있습니다. 

©APARTMENTFULL MARKET

― 대표적으로 소개해 주실 만한 상품이 있을까요?

아파트먼트풀 내부 큐레이터들은 20, 30년 전에 발행된 카탈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빈티지 서적을 보며 가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웹상에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들이 너무 많이 혼재되어 있어 구글링만으로는 빈티지 가구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거든요.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 저희가 직접 해외 현지에서 구입한 빈티지 서적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자 공간 1층에 소개하고 있어요. 책들을 보며 가구에 담긴 히스토리를 이해하면 더욱 의미 있게 가구를 경험할 수 있겠죠. 건축가와 가구, 조명에 관한 빈티지 서적만 모아 놓은 공간이 국내에 보기 드문 만큼 빈티지 서적들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권해요. 

©APARTMENTFULL MARKET

― 아파트먼트풀 마켓에서 앞으로 펼칠 계획이 궁금합니다.

부산에 빈티지 가구를 밀도 있게 경험할 수 있는 스테이 공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전시에서는 빈티지 가구에 착석해 보는 것이 어렵잖아요. 이런 점에 착안한 거죠. 앉아보고 누워도 보며 하루이틀 빈티지 피스를 생활에서 경험해 보는 거예요. 올해 후반기에는 방문하실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아파트먼트풀 마켓

위치 |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17길 33

운영시간 | 화-금 11:00-19:00 / 토,일 10:00-17:30

웹사이트 | https://market-apartmentfull.kr/

인스타그램 | @market.ap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