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여유를 누리는 도시 생활을 제안하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묻어나는 광안리 목화아파트. 이곳의 1층에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부산시티라이프가 문을 열었다. ‘여기에 이런 게 왜 있지?’ 싶은 장소의 의외성이 먼저 눈에 띄는 공간이다. 본래 부산시티라이프가 자리 잡은 호실 역시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만큼 위층으로는 여전히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매장 위치가 주는 신선한 첫인상은 부산시티라이프만의 독특한 매장 경험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방과 거실로 구성된 주거 공간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스토어는 마치 집에 들어가듯 신발을 벗어야만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내부는 저마다의 서사를 가진 상품들이 촘촘하게 공간을 채운다. 전시된 상품을 통해 부산시티라이프는 바쁘고 복작복작한 일상에 잠시나마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도시 생활을 제안한다. 쿨하고 낭만적인 도시 생활을 위한 부산시티라이프. 브랜드를 이끄는 송윤지, 표현민 대표를 만나 시작의 설렘으로 가득한 그들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부산시티라이프 공동 대표
부산시티라이프는 어떤 공간인지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려요.
송윤지_부산시티라이프는 이름 그대로 부산에서의 도시 생활을 쿨하고 멋지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합니다. 부산에 사는 분들에게 그동안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브랜드와 상품을 큐레이션 하여 선보이고 이를 좀 더 가볍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죠.
개인적으로 시티 라이프, 그러니까 도시 생활이라고만 말하면 조금 삭막하게 느껴져요. 무미건조하고 치열한 풍경이 연상되죠. 그런데 시티 라이프라는 두 단어 앞에 ‘부산’을 붙이는 순간 무언가 낭만적인 도시 생활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표현민_도시 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이 언젠가 도시를 떠나 바쁜 일상에 얽매이지 않은 여유로운 삶을 꿈꾸잖아요. 하지만 현생을 살아가야 해서 복작복작한 이곳을 벗어나기 쉽지 않죠. 여유를 찾아 어렵게 시간을 내고 바리바리 짐을 챙겨 멀리 떠나기보다는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작은 틈을 만들고 싶었어요. 다른 지역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부산은 어디를 가든 산과 바다가 가까워요. 저희가 지금 대화 나누며 앉아 있는 이런 작은 스툴을 바다에 들고 나가 부담 없이 일상의 여유를 누리는 도시 생활을 상상하며 부산시티라이프의 이름을 지었죠.
캐주얼하게 즐기는 일상의 여유를 추구한다는 브랜드 가치가 상품 큐레이션에도 적용될까요?
송윤지_한 가지 카테고리에 국한하지 않고 집 안팎에서 내가 좋아하고 즐길만한 아이템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다가가기 어렵거나 무거운 제품보다는 편안한 감도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별하고 있죠.
표현민 대표님은 부산 대연동에서 ‘평화촌’이라는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계시기도 하죠. 송윤지 대표님은 패션/뷰티 인플루언서로 더욱 유명하고요. 각자의 뚜렷한 생활이 있음에도 어떤 계기로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를 만들게 됐는지 묻고 싶어요.
송윤지_이전에 저는 의료 기사로 5년 정도 근무했어요. 일은 곧 잘해서 문제가 없었어요. 다만 직업 자체가 제 성향과 안 맞기도 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저는 5년이 다 되어가도록 그 체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해내야 한다는 오랜 압박감에 번아웃도 크게 왔었고요. 다른 일을 해 보고자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던 시기였는데 ‘뭘 해도 늦었구나’하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퇴사를 기점으로 그런 생각과 마음이 싹 치유됐지만요!
그 이후 액세서리 브랜딩 등 다양한 시도는 해봤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럽지는 못했어요. 어려운 시간이었죠. 그런 상황에도 브랜드를 디깅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생각도 크지 않았는데요. 취미 삼아 제가 ‘멋지다!’ 생각한 브랜드 상품을 SNS에 공유하면 많은 분이 여쭤보시고 구매까지 해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브랜드 측에서 하나둘 연락을 받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었어요.
운 좋게 인플루언서로서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며 정말 좋은 브랜드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동시에 부산에서 만나기 힘든 브랜드를 선보이는 소품 숍을 운영해도 좋겠다 생각하게 됐죠. 그때부터 어렴풋하게 부산시티라이프를 상상한 것 같아요.
어쩌면 저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부산시티라이프도 혼자 하려고 했으면 또 멈칫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자영업에 경험이 있는 현민 대표와 함께하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시작하는 게 전혀 두렵지 않았죠. 이런 점에서 부산시티라이프는 저의 또 다른 시작이자 새로운 도전이에요. 그리고 더 많이 보고 배우기 위한 공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오늘의 송윤지 대표님이 있기까지가 흥미롭네요. 표현민 대표님이 부산시티라이프를 이끌게 된 여정도 궁금합니다.
표현민_어린 시절부터 항상 나의 취향을 소개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어요. 하지만 전공을 크리에이티브한 분야를 나오지 못한 탓에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에 막연한 흥미만 가지고 살았죠. 깊이 있게 무언가를 해보지 못한 거예요. 그러다 윤지 대표를 만나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같이 공유하고자 부산시티라이프를 만들게 됐어요. 이 친구가 인플루언서로서 폭 넓게 브랜드를 접하는 경험과 사업체를 운영해 온 제 경험이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저희가 취향이 정말 비슷해요. 브랜드 기획부터 인테리어, 상품 큐레이팅까지 의견이 달랐던 적이 없어요. 아! 한여름에 인테리어를 하다가 너무 더워서 싸웠던 적은 있네요. (웃음) 지금은 우리 시선에서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내공이 더욱 쌓이면 언젠가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답니다.
최근 라이프스타일 스타일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과 구별되는 운영자의 취향이죠. 두 분은 어떻게 본인만의 감도 높은 취향을 쌓아 왔나요?
표현민_평화촌이라는 술집을 운영하다 보니 일주일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데에만 쓰고 있어요. 오전에 일어나 오후 3시까지 재료 손질 등 영업 준비를 하고, 오후 6시부터 평화촌의 문을 열죠. 하루 중 이 사이의 세 시간이 제가 일을 안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에요. 그러다 보니 이런 여유 시간을 좀 더 가치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죠. 이렇게 틈이 날 때마다 좀 더 만족스럽고 여유로운 하루를 위한 소소한 활동을 해왔어요. 좋은 향을 피우고, 마음에 맞는 음악을 찾아 들었죠. 집을 정리하거나 청소도 하고요. 잡지를 읽고 영상을 보며 다른 사람들의 삶도 구경해요. 일을 마친 새벽이나 한가한 평일 낮에는 혼자 바이크 타는 걸 즐기기도 합니다. 바이크 자체가 하나의 서브컬처죠. 원래도 주류에서 조금 벗어난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바이크를 타기 시작하며 서브컬처를 더 깊이 탐구하게 됐어요.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특유의 미국 문화도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고요. 이런 관심과 소소한 활동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저만의 취향이 생겨난 것 같아요.
송윤지_전 혼자 있는 시간이 되게 소중한데요. 물론 지인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좋지만 혼자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항상 확보하려고 노력해요. 그 시간에 조금씩 무언가를 하며 나만의 취향을 쌓아왔죠. 혼자 카페를 가고, 생각 없이 걸어요. 공방에 가서 무언가를 배우기도 하고요. 바이크나 자전거를 타고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이렇게 혼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하며 보내는 시간과 인플루언서로서의 경험이 쌓이며 정말 다채로운 브랜드를 접했어요. 그러다 보니 좋고 싫음에 대한 제 기준이 명확해진 거 같아요.
부산시티라이프
운영시간: 화요일-일요일 11:00-18:00 (월요일 휴무)
주소: 부산시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