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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월세방, 실험적 예술 공간이 되다

재개발 예정 공간을 활용한 갤러리, 을지로 OF

by Kun

기존 미술관과 갤러리의 틀을 깬 새로운 형태의 전시 공간이 을지로 골목에 등장했다. 오웅진, 한대웅, 이보라 세 명의 젊은 기획자가 ‘재개발을 앞둔’ ‘을지로의 노동자들이 주로 사글세를 내고 지내던’ 건물 5층의 방을 갤러리로 만든 것.

1.jpeg 네온으로 형상화한 을지로 OF의 심볼 ©Kunhee Lee

을지로 OF를 찾아가는 길은 여느 갤러리와는 다르게 조금 험난하다. 을지로의 거친 골목으로 진입해, 전시 공간이 위치한 낡은 빌딩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건물 옥상에 을지로의 탁 트인 전망과 함께 OF가 자리 잡고 있다.

2.jpeg 을지로 OF로 향하는 길 ©Kunhee Lee
3.jpeg 을지로 OF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라이트와 하늘 ©Kunhee Lee

공간은 전시가 진행되는 세 개의 ’방’과 작은 로비로 구성된다. 먼저 501호는 주로 설치미술이 전시되는 곳으로, 3개의 방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4.jpeg 501호 방 ©Kunhee Lee

502호는 미디어 아트, 그리고 화려한 색감이 인상적인 503호는 드로잉 작품이 주로 전시된다.

5.jpeg 로비와 502호의 문 ©Kunhee Lee

다가가기 힘든 을지로 OF의 거친 외관과는 다르게, 전시 작품은 공간 기획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주로 한 달 주기로 교체되며, 현재는 아티스트 남승현, 로지킴, 정두연이 참여한 <Light Reflex>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 기획자는 “의식이 없는 환자의 눈에 빛을 쏘여 동공의 반응을 보는 대광반사 행위를 일컫는 의학용어인 ‘light reflex’에서 영감을 얻어 본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6.jpeg 화려한 색감의 503호 ©Kunhee Lee

공간은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세 시에서 밤 열한 시까지 운영되며 음료 한 잔의 값을 내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인스타그램 @55ooofff를 참고하면 된다.

7.jpeg 공간 출입구에 설치된 <Light Reflex>전시 포스터 ©Kunhee Lee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재개발이 확정된 공간인 만큼, 궁금하다면 빨리 와서 관람하길 권한다.”고 당부하는 공간 운영자의 말처럼,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예술적 실험들이 을지로 OF를 통해 지속해서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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