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예정 공간을 활용한 갤러리, 을지로 OF
기존 미술관과 갤러리의 틀을 깬 새로운 형태의 전시 공간이 을지로 골목에 등장했다. 오웅진, 한대웅, 이보라 세 명의 젊은 기획자가 ‘재개발을 앞둔’ ‘을지로의 노동자들이 주로 사글세를 내고 지내던’ 건물 5층의 방을 갤러리로 만든 것.
을지로 OF를 찾아가는 길은 여느 갤러리와는 다르게 조금 험난하다. 을지로의 거친 골목으로 진입해, 전시 공간이 위치한 낡은 빌딩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건물 옥상에 을지로의 탁 트인 전망과 함께 OF가 자리 잡고 있다.
공간은 전시가 진행되는 세 개의 ’방’과 작은 로비로 구성된다. 먼저 501호는 주로 설치미술이 전시되는 곳으로, 3개의 방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502호는 미디어 아트, 그리고 화려한 색감이 인상적인 503호는 드로잉 작품이 주로 전시된다.
다가가기 힘든 을지로 OF의 거친 외관과는 다르게, 전시 작품은 공간 기획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주로 한 달 주기로 교체되며, 현재는 아티스트 남승현, 로지킴, 정두연이 참여한 <Light Reflex>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 기획자는 “의식이 없는 환자의 눈에 빛을 쏘여 동공의 반응을 보는 대광반사 행위를 일컫는 의학용어인 ‘light reflex’에서 영감을 얻어 본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공간은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세 시에서 밤 열한 시까지 운영되며 음료 한 잔의 값을 내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인스타그램 @55ooofff를 참고하면 된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재개발이 확정된 공간인 만큼, 궁금하다면 빨리 와서 관람하길 권한다.”고 당부하는 공간 운영자의 말처럼,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예술적 실험들이 을지로 OF를 통해 지속해서 일어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