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n May 06. 2024

예술은 죽지 않는다! <AFTER CRAFT>

묵묵히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장인적 장인'을 조명하다

AFTER CRAFT ©Kunhee Lee

산업혁명과 대량생산 시대의 도래 이후, 공예의 가치와 지속성은 끊임없이 의심받아왔다. 대량생산을 비판하고, 수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술공예운동을 이끈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는 결국 대량생산을 일부 받아들이며 복잡한 태도로 생을 마감했다. 

Artwork by Sena Gu ©Kunhee Lee

미술공예운동으로부터 약 2세기가 흐른 지금, 대량생산품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움을 전했던 공예는 그 가치를 상실했는가?

Artwork by Sena Gu ©Kunhee Lee

지난 1월 10일부터 오는 1월 31일까지 갤러리 도큐먼트에서 열리는 <AFTER CRAFT> 전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주지하다시피 손으로 만드는 기술에 집중하는 장인들은 산업적 시스템과는 별개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들을 ‘장인적 장인'이라 일컫는다. ‘장인적 장인'은 전시를 이해하기 위한 주요한 개념으로 그들은 대량생산과 치열하게 대립했던 ‘전투적 장인'과는 대비되는 사람들이다. ‘장인적 장인'은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시스템과 이념 논쟁에서 “한발 물러나 아름다운 손기술 자체와 전통 기술의 전수에 집중”해왔다. 

Artwork by Sena Gu ©Kunhee Lee
예술은 죽지 않는다!


이는 전시 소개 글의 마지막 문장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기술과 산업적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인적 장인'은 흔들리지 않고 그들의 손에 의지하여 아름다움을 지켜냈다. 그렇게 예술은 죽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을 본 전시는 다섯 명(팀)의 참여 아티스트 Anti craft, Monstructure, Sena Gu, ROM, Jiin You를 통해 자신 있게 선언한다.

Artwork by Anti craft ©Kunhee Lee

Anti craft의 작업에선 청자와 같은 전통 공예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새로운 공예를 향한 비전을 엿볼 수 있다. 그는 계핏가루, 설탕, 밀가루 즉, 흙이 아닌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도자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적 공예의 틀을 깨는 작업을 전개한다.

Artwork by Monstructure ©Kunhee Lee
Artwork by Monstructure ©Kunhee Lee

Monstructure가 제작한 알루미늄 소재의 모듈형 가구는 어떠한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무한한 확장성이 특징이다. 본 오브제는 기능성을 중심으로 구조적인 아름다움, 색감의 아름다움, 소재의 아름다움 등 다양한 시각적 미감의 향연을 선사한다.

Artwork by Sena Gu ©Kunhee Lee
Artwork by Sena Gu ©Kunhee Lee

‘환상’을 키워드로 작업해온 Sena Gu는 본 전시를 통해 와인과 관련된 공예품을 소개한다. 조형성이 강조된 그의 오브제는 작가의 섬세한 손길과 그것이 가지는 스토리가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Artwork by ROM ©Kunhee Lee
Artwork by Jiin You ©Kunhee Lee

이 외에도 역사적 실존 인물 혹은 영화의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펼치는 아티스트 ROM의 회화,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거울을 통해 표출해온 작가 Jiin You의 ‘North’ 시리즈 등을 본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AFTER CRAFT ©Kunhee Lee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장인적 장인'이 그러했듯,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그들의 손기술을 통해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국 이들이 창조하는 세계 안에서 각종 신기술 등 환경의 변화는 작은 파동에 불과해 보였다. 그들은 이 시대의 ‘장인적 장인'으로서 앞으로도 자신만의 예술을 이어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예술은 죽지 않는다.


참고 및 인용 | <AFTER CRAFT> 전시 서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