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참새 개인전 <EN MOI, AU FOND DE MOI>
작가의 이름은 ‘김참새’, 손글씨로 삐뚤빼뚤 적힌 프랑스어 전시 제목 <EN MOI, AU FOND DE MOI>. 이미지 없이 글자로만 채워진 독특한 전시 포스터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갤러리 ERD에서 지난 9월 19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열리는 본 전시는 카카오톡, 스텔라 아르투아, 몽블랑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잘 알려진 김참새 작가의 개인전이다. 전시 제목은 ‘내 안의 나, 그 안의 너’라는 뜻으로, 작가는 내면의 이야기를 일기를 써 내려가듯 자신만의 스타일로 기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김참새 작가의 독특한 페인팅 스타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귀엽고, 유쾌한 작품 속에서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원래 오른손잡이였던 작가는 프랑스 유학 시절 한국에서 입시 미술을 배우며 익혔던 테크닉과 정형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왼쪽 손으로 그린 그림이 한 장 두 장 쌓이며 지금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
작가에게 그리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여정이다. 일상 속에서 느낀 시시콜콜한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마음속 깊은 곳의 모습을 기록하기도 한다. 때로는 사회 속에서 관계하는 ‘나’의 모습을 그리고, 젊은 작가로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과 현대 사회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한다. 모든 작품은 김참새 작가가 경험하는 삶의 순간들이다.
전시 작품은 페인팅 작업 외에도 드로잉, 영상, 설치, 음향 등 다채롭다. 작가의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세 가지 작품을 소개한다. 먼저 높이 2m에 달하는 호랑이가 그려진 대형 페인팅 작업 ‘우는 자와 울지 않는 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랑이의 모습이 단순히 귀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품의 메시지는 가볍지만은 않다. 본 작품은 갑과 을이 공존하는 사회,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군가는 강자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약자가 되어 불합리하게 살아가는 세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품은 역피라미드 구도, 호랑이들의 서로 다른 시선, 그리고 강렬한 레드 컬러를 통해 심리적 묘사를 더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게다가 한 사람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관계 속에서 느꼈던 불편한 마음을 설치 작품으로 표현한다. 설치물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는 복잡한 장기, 소화 기능을 전자음 형태로 변환하여 레코딩한 작업으로 다양한 마음과 감정의 일렁임을 상징한다.
김참새 작가는 그날의 일들을 글이 아닌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에 익숙하다. 앙증맞은 위 작품들은 그의 일상을 소소하게 모은 작은 일기장이다.
이처럼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누구보다 섬세한 작가는 매일의 삶을 순수한 형태로 기록하며 오늘도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김참새 개인전 <EN MOI, AU FOND DE MOI>
기간 | 2019년 9월 19일~10월 31일
장소 | 갤러리 이알디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 25)
시간 | 10:00AM~7:00PM(월-금요일), 12:00PM~7:00PM(토요일) / 일요일, 공휴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