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밭을 다지며-
눈을 뜨고 감고 잠깐의 순간에도 건너편 세상의 소식은 포화로 얼룩진 상처의 소리로 물들었다.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이야기들! 오만한 자들의 살육과 광기의 몸짓이 아무리 세상을 뒤엎어도 반드시 봄은 온다. 그리고 그 오만의 대가는 처절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라.
동네에서 제일 먼저 우리 집 마당 작은 텃밭에 상추를 심었다. 가장 먼저 봄을 불러내고 싶었다. 여기저기 마당에 심어놓은 나뭇가지마다 움이트고 어떤 소식이 들리든 말든 봄은 제 할 일을 하고 있고, 파괴의 세상을 보기 좋게 유린하고 있다. 상추 올라오면 한쌈 하자고 여기저기 파발도 띄웠다.
죽은 듯 말라있던 나뭇가지에 움이트고, 곧 꽃이 만개할 것을 아는 것처럼 우리가 맞을 내일을 그렇게 기다리고 기대한다. 한 쌈 하자고 띄운 파발의 답장은 새내기들의 수다보다 빠르게 왔다. 잠시 화창한 날에 함께할 벗들과 친애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둘러서서 두런두런 날이 서지 않는 그런 얘기들을 툭툭 던지며 웃는 모습이 그려진다. 옆에선 태운 고기의 끝을 털며 분주하고 이리저리 마주하며 웃는 모습이 생각났다. 보지 못한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얘기하지 않는다. 그래도 얼굴에 다 있다. 그냥 웃는 모습 그 안에. 봄을 빨리 불러낸 만큼 할 일을 하자. 그리고 어딘가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자.
기도소리가 멈춘 나의 서재에도 봄이 오기를... 연구실 창밖은 내 맘도 모른 채 빛나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