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으며 또 하나의 계절 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풍경 중 하 나는 언택트Untact, 즉 사람과 사람 간 접촉이 줄어든 것입니 다. 서로 접촉하는 대신,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괜찮냐고, 잘 지내냐고, 아픈 데는 없느냐고요. 이런 마음 안에는 소중한 사람이 부디 잘 지내주길 바라는 관심과 염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타인의 안부를 묻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기 마음의 안부를 묻는 데는 서투르고 낯설어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과 넘쳐나는 생각이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도 그런 마음을 돌보는 데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한순간, 너무 많은 생각에 짓눌리거나 격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일상이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나아가 직장, 가정, 가까운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커집니다. 그렇게 되는 걸 알아채지도 못한 채로요. 그렇기에 자기 마음의 안부를 묻는 건 소중한 타인의 안부를 묻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누구도 자신이 잘 지내길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 책은 자신의 안부를 묻는 데 서툴고,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어렵지 않게 ‘마음을 데리고 살 수 있을지’ 알려줍니다.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일상을 살아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담아서요.
이따금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어리석고 연약한지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할 때서야 비로소 사는 게 더 수월해질 수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 많은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확신하던 게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건 우리의 삶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죠.
우리는 믿음을 과신하고,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어떤 사건에서 우연의 역할을 과소평가한다.
_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29쪽
흘러가는 것을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때
덜 괴로울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을 과신하고 집착하면 계속해서 벽에 부딪치게 됩니다. 하지만 내 생각에도 오류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벽은 허물어지고 생각은 막힘없이 흘러가게 될겁니다. 내게 도움이 될 새로운 정보를 담을 수있는 그릇도 커질 테지요. 그렇게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수있을 때 우리는 덜 괴롭습니다.
생각에 매달리지 않을수록 생각의 흐름을 허용하는 셈이지요. 실제로 우울증을 겪지 않는 사람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차이점 중 하나는 복잡한 생각이 일어났을 때 그 걸 흘러가게 하는지, 아닌지에 있습니다. 마음이 건강할 때에는 특정한 생각에 매여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집착하지 않고 흘러가는 것을 흘러가도록 허용하는 힘을 저는 ‘마음챙김mindfulness’에서 찾았고, 그것이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판단하지 않는 자세로 현재 경험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인지 방식인 마음챙김은 한발짝 떨어져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관찰자 시점의 나’를 키워준다고나 할까요. 관찰자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내 마음의 안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또 내 안에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이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먼저1장에서는 사는 게 왜 이렇게 괴로울 수 밖에 없는지, 마음의 작동원리를 통해 그 이유를 알아봅니다.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마음의 특성을 살펴보고 나만 특별히 이상한 게 아니라 마음의 작동방식이 원래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2장과 3장에서는 마음챙김의 태도를 일상에 활용해 괴로움을 덜고 마음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마음챙김은 심리치료뿐만이 아니라 통증의학에서도 활용될 정도로 고통을 경감하는 데 탁월하다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마음챙김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았습니 다. 마지막으로 4장과 5장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을 현대사회의 특징과 외부환경 속에서 찾아보고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다루었습니다. 핸드폰과 미디어,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대인관계의 문제로부터 쉽게 위협받는 우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이 책의 곳곳에는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인지치료, 수용전념치료, 불교심리학에 대한 내용이 녹아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서술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방법을 담는 데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수있고, 큰 결심이 없이도 시도해 볼만한 내용을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호기심이 생겨 더 깊은 내용을 탐구하기를 원하는 분은 책의 뒤편에 나와 있는 도서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살만합니다.
책을 출간할 때마다 어떤 분들이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까 상상해봅니다. 그런 상상과 동시에 몇년 전 힘든 시간을 보내던 제가 절박한 심정으로 마음에 관한 책을 샀던 날들을 떠올립니다. 그 때는 책 한 권이 사람을 구제해주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읽은 책들이 늘 저를 조금씩 나아지게 했습니다. 마음이 나아지면 삶도 당연히 나아지니까요.
이 책이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떤 방법을 머리로 알았다고 해서 마음이 즉각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책에서 일러준 방법을 염두에 두고, 괴로운 마음이 들 때마다 그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기존에 자신을 괴롭히던 마음의 반응패턴에서 점점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괴로움이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절대 포기하지않기를바랍니다.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점점 더 나 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충분히 살만하니까요.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 일상에 발을 굴리는 그 자체가 삶이라고 믿습니다.
누구보다 당신 스스로를 믿으세요. 마음과 삶이 나아지게 할 힘을 당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그 시작은 자기 마음을 살피고 안부를 묻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