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 것
이 정도면 단단해질 때도 되었는데, 아니 꽤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김없이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대체로 사람 사이의 문제에서 그렇습니다. 대인관계는 나의 성숙과 단단함을 시험해보기에 딱 좋은 상황을 만들어내죠. 우리 모두가 섬처럼 혼자서 존재할 수 있다면 굳이 성숙해질 필요도, 어떻게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타인과 항상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배워야 하고 더 현명해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더 괴로우니까요. 때문에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Alfred Alder 또한 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거라고 얘기했죠.
개인에 국한되는 고민, 이를테면 내면의 고민이라는 것은 존재 하지 않아. 어떤 종류의 고민이든 거기에는 반드시 타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인플루엔셜, 83쪽
저는 특히 갈등 상황에 취약한 편이에요. 꼭 제가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여도 마음이 쉽게 쪼그라듭니다. 우여곡 절을 겪으며 꽤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갈등 상황에 놓이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당황하게 됩니다. 그런 저를 보면서 ‘아, 아직 멀었구나’라고 깨닫고는 하죠.
여러분에게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독 취약한 이슈가 있을 거예요. 자존심이 건드려지는 상황을 못 견딘다거나, 무례한 사람을 참지 못해서 분노로 대응하다가 일이 커진다거나, 내성적인 탓에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괴롭다거나 등등. 각자가 가진 성향에 따라서 다양한 고충이 있을 겁니다. 우리는 언제쯤 노련해질 수 있을까요?
아마도 결코 완벽해질 수는 없을 겁니다. 70, 80대 어르신들도 다툼을 하고 사람문제로 속상해 하시는 걸 보면평생 고민해야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제아무리 성숙해지거나 단단해져도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계속해서 또 아파하고 최선을 찾아가야 할지도요.
그럼에도 경험치가 쌓일수록 최악을 피하는 법 정도는 알게 되고,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도 점차 알아가게 되죠. 특히 어떤 방법은 사람 사이에서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중 한가지를 알아볼게요.
인간에게 인정 욕구는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이에요.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님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하면서 점차 성장해 가고, 어른들은 사회생활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무던히 애쓰죠. 가까운 친구나 부부 사이에서도 자신이 노력하고 애쓴 걸 인정받지 못하면 쉽게 서운한 감정이싹트곤합니다. 바로 이‘인정욕구’로 인해 사람사이에서 많은 문제가 생겨나요. 우리가 이렇게 인정에 약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인정 욕구라는 녀석에서 자유로워질 수만 있어도 사는 게 편해질 거예요. 타인의 시선에 매몰된 사람은 강박적으로 많은 것을 신경쓰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정 욕구는 타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나를 알아달라고 아무리 애를 써도 원하는 피드백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아요.
특히나 이곳, 우리 사회는 비난이 난무하는 사회가 아닙니까. 요즘 뉴스 기사를 보면, 인정과 지지는커녕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온라인 세계가 커지면서 익명을 앞세워 모진 말을 서슴지 않고하죠. 또 핸드폰 메신저로 끊임없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탓에 24시간 내내 타인의 평가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학교 에서 국・영・수는 배웠어도 지혜로운 대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는 직장 생활 심지어 가족 간에도 쉽게 비난을 주고받곤 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듣는 날카로운 말일수록 더욱 아프죠. 나를 제대로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고 억울 합니다. 그러면 마음은 쉽게 무너져요. 누구라도 그래요.
그런데 상처주는 말을 내뱉는 사람일수록 마음이 병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에게 아무리 인정받고자 노 력해도 큰 소득이 없을 겁니다. 때문에 거기서 나를 지키는 방법은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애를 쓰느라 불필요 하게 힘을 빼는 게 아닙니다. 그 반대죠. 초점을 나에게로 가져와서 내가 왜 이렇게 속상한지, 왜이게‘저사람이 틀렸고 내가 옳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는지 스스로를 이해해보는 겁니다. 그러면 마음 아래의 인정 욕구가 보일 거예요. ‘아, 내가 지금 인정받고 싶어서 이러는구나’, ‘저 사람이 내 진심을 몰라줘서 속상한 거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구태여 인정을 밖에서 찾기 위해 애 쓰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내가 나를 알아줬으니까요. 이것은 곧 불필요하게 감정을 낭비하지 않는 길이기도 하고요.
기억하세요.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면서 힘을 빼느라 나를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문제라면 차라리 욕을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내가 나를 믿고 있고, 내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있다면 타인의 호응이 없어도 충분히 걸어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당신이 했던 옳은일은 여전히 옳아요. 누군가 나를 험담하거나, 미워하는 것, 나에게 서운해하는 게 사실은 지나고 보면 나의 중요한 일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 혹은, 내가 맞다는 걸 증명하느라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진하다가 삶의 방향키를 잃어버리기 쉬워요. 그렇게 되면 결국 내 삶의 주체가 타인에게 가버리는 것이고요.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집착하느라 내 인생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잖아요.
당신이 옳은 것은 남들이 당신에게 동의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실제로 한 일과 이유가 건전하기 때문이다.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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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저서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중 '사람사이에서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내기'라는 제목의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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