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령 Sep 17. 2020

아기피부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흉터가 있는 더 씩씩한 마음으로 살아가요!

피부는 그 때의 컨디션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곳이다. 또한 피부에는 시간의 흔적이 오롯이 드러난다.

화장품 광고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기피부'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듯 하다. 

물론 나도 뽀얗고 매끈한 '젋은'피부를 유지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세월은 피부에 주름을 만들고, 상처로 인한 흉터를 남긴다.

누구도 아기피부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 


마음도 그렇다. 아기피부와 같은 무균무때(?)의 마음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또한 보드라운 살결과 같은 마음은 그만큼 연약하다. 

시간이 쌓은 주름과 평생 사라질 것 같지 않은 흉터를 가진 마음은 

남들의 부러움을 사지는 않겠지만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어쩌면 흉터는 곧 성장의 흔적이다. 내가 더이상 연약하지 않다는 증거다. 


상처받은 마음은 약하지 않다. 흉터가 많은 마음은 부실하지 않다.

내가 나아간만큼, 회복을 위해 용기를 낸만큼 강하다. 

흉터나 주름 때문에 매끈해보이지는 않을지라도

앞으로의 시간을 더 매끈하게 나아갈 힘을 가지고 있다. 



원고청탁을 받아, 강력범죄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과 트라우마치료 종사자들을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상처'에 관하여 '회복'에 관하여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어요. 

상처는 누구나 피하고 싶어합니다. 사람사이에서 최대한 상처받지 않고 싶어서 이런저런 방어를 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상처의 역사가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강한지 또한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 상처의 흔적이 흉터일 것이고요. 흉터는 분명히 미적으로는 낮은 점수를 받을테지만, 그 흉터야 말로 강함의 증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제 무릎에도 몇개의 흉터가 남아있는데 새삼 다시 보게 됩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용기있게 회복하여 더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열정보다 무서운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