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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Nov 16. 2022

행복을 뇌에 새기는 법

부정편향 극복하기 


https://brunch.co.kr/@kundera/257

앞선 글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인간의 생각이 부정적인 정보에 치우쳐져 있는 특성은,  과거에는 맹수의 침략이나 적의 공격과 같은 정말로 목숨이 위협받을 수 있는 정보를 파악하게 해주니 무척 유용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었죠.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이 부정편향은 우리의 주의력이 생명과 관련이 없는 것들. 예를 들면, 발표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걱정, 스트레스 사건, 자신의 결점과 같은 곳에 치우쳐져 있어 심리적인 고통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어요. 이 심리적 고통 때문에 오히려 더 생명에 지장을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악화, 극심한 우울로 인한 자살 등) 주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 하죠. 뇌를 갈아끼울 수는 없으니 결국 이 부정편향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행복하게 살고싶다면 말이에요.


앞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부정편향은 하나의 습관입니다. 뇌의 신경회로가 그쪽으로 선명하게 길이 나있다는 거에요. 스트레스 받는 경험은 기억 속에 각인 되어 정말 쉽게 떠오르죠. 그렇다면 행복한 경험을 부정적인 경험보다 더 진하게 각인시킨다면 걱정거리만큼이나 자주 떠오른다는 얘기가 됩니다.


행복을 새기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몇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1. 스쳐가는 행복을 붙잡아두기 (주의력 기르기)


우리는 우리에게 유용한 것에 계속 주의를 두고 그렇지 않은 것은 떨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트레스 사건이나 불필요한 걱정 등 마음에 해로운 것들에 주의를 계속 빼앗긴다면 당연히 불안감이나 우울감에 젖어 살 수밖에 없을 거에요.


그런데 현실은 행복한 경험을 할 때조차 그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른 걱정거리에 금세 주의를 빼앗겨 버리는 우리입니다. 너무나 기뻐야 할 순간에도 신나게 기뻐하지 못하고 불안한 이유를 만들어낸 경험이 많이들 있지 않나요? 또한 온갖 잡념과 상념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튀어나와 마음을 어지럽혀요.


행복감, 평안함을 주는 것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힘'이 길러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행복을 새길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은 '주의력'을 길러내서 행복한 경험과 기억이 미끄러져버리지 않고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죠. 그래야 나에게 일어나는 즐겁고 감사한 일들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테니까요.


이 주의력을 기를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집중명상입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호흡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시키는 거에요. 당연히 몇초만에 상념으로 끌려가겠지만 또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가져오고, 또다시 가져오는 그 과정이 바로 집중명상 (또는 호흡명상) 입니다. 호흡이 아닌 다른 감각을 집중대상으로 두어도 되고요. 이에 대한 얘기는 길어질듯 하니 따로 글을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유익한 경험을 뇌 속에 설치(install)하기 - 긍정적 신경가소성


두번째 방법은 행복을 좀 더 진하게 마음에 새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 받는 일 때문에 압도되어 버리는 과정을 한번 살펴보세요. 계속해서 생각하고 (반복), 생생하게 느낍니다. 지난 일인데도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온몸이 긴장해있고 가슴에 답답함도 느끼고 두통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러면서 뇌에는 그 스트레스 사건과 감각으로 진하게 물들어버려요. 진하게 새겨지면 더 쉽게 그 일이 떠오르고 떨치기도 힘들겁니다. 실제로 무언가를 '경험'하고 신체로 '감각' 하고 이 것을 '반복'하는 것은 외에 뇌에 각인시키게 하는 기본적인 단계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긍정적인 사건에 적용해 봅시다. 기분좋은 일을 경험하는 상황을 가정해볼게요. 좋아하는 사 람들과 함께 모여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지지하고 사랑받는 느낌도 느끼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모든 인간에게 가장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장면이에요.) 그 때에 기분좋은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겠죠. 그 알아차림을 지속하며 호흡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경험을 지속시키는 단계에요. 이 작업을 통해 경험은 작업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 기분 좋은 경험 (사랑스런 딸아이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볼 때)을 할 때, 살짝 눈을 감고 호흡하면서 기분좋은 느낌을 조금 더 오래 느껴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내 마음이 힘들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선명한 기억으로 남겨놓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그 다음은, 그 느낌을 신체로 경험하는 것인데요. 몸 안에서 기분좋은 느낌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감각해 보는 거에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수도 있고 어깨가 이완되는 느낌 혹은 몽글몽글하고 들뜨는 느낌이 들수도 있겠죠. 이런 신체적 감각을 선명하게 느끼면 뇌 안의 감정영역인 편도체를 자극하고, 편도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해마체(기억을 담당함)를 작동하게 해서 현재 느끼고 있는 이 경험이 장기적으로 기억되도록 돕게 됩니다. 


그 후, 그 경험에 대해 즐겁거나 의미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하도록 합니다. 이는 도파민과 노르에프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증가시키는데요, 이 두 물질은 주의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해당경험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될 때 좀 더 중요하다는 표식이 붙는 셈이라고 합니다. 더 잘 기억해낼 수 있는 정보가 되는 겁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행복감과 안정감을 주는 유익한 경험들은 의도적으로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 



3.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정보와 연결시키기 (linking)


한 편, 고통스런 기억들은 긍정적인 경험들 혹은 긍정적인 감각과 연결되면 그 고통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뇌는 관련된 정보나 경험을 연결시키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의도적으로 연결작업을 해줄 수 있어요.


다만, 연결시키기 이전에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보통은 우리가 상처받고 아팠던 기억들을 회피하거나 덮어두기가 쉽기 때문에 이 작업을 분명히 해두려 합니다.)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로 인해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고  내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고통을 명확히 볼 필요가 있어요. 


그 후, 아래와 같이 연결작업을 하면 됩니다.


- 고통을 주었던 사건을 떠올리며 느낌을 바라본다. 이 것에 이름을 붙여줄 수도 있다. ex. '왕따를 당했던 기억' '엄마의 비난으로 받은 아픔' 

-> 그 고통을 덜어줄 긍정적인 정보를 떠올린다. 감사한 것들 혹은 안정된 기분, 사랑받는 느낌 등을 떠올리고 느껴볼 수 있다.

-> 긍정적인 정보에 주의를 가져다 놓되, 부정적인 정보(고통스런 기억) 또한 의식에서 완전히 치우지 않고 유지한다. 아마도 주의가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 사이를 번갈아 왔다갔다 할 수 있다.

-> 부정적인 정보에 주의가 계속 끌려가면, 그 것을 알아차린 후 놓아버리고 긍정적인 정보에 다시 초점을 가져다 놓는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반복할수록 뇌는 진하게 이 정보를 연결시키게 되겠지요. 긍정적인 경험, 또 그로인한 긍정적인 느낌은 우리의 아프고 괴로운 기억들을 완화시켜줄 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시절 부모님에게 아주 거친 비난을 들어 상처받은 기억이 떠오른다면 그 기억을 성인이 되어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기억, 그 느낌과 연결시켜볼 수 있겠죠. 마치 부모님으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치유받는 것처럼 말이에요.


긍정적인 느낌 그러니까 즐겁고 신나는 일뿐만 아니라 편안하고 안락한 시간, 공감과 위로를 받았던 시간, 뿌듯함, 충만감 등등 그런 다양한 긍정적인 기억과 감각들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것을 완화시킬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훌륭한 내적자원이에요. 연결작업은 이 자원을 한껏 활용한 것이고요. 그래서 신경심리학자 릭핸슨은 이 연결작업을 두고 내면의 상처 난 자리에 완화 연고를 바르는 것과 같다고 표현합니다. 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눈으로는 볼 수는 없지만 실제로 이 방법을 실행하면서 고통의 강도가 점점 옅어지는 것을 감각해 볼 수 있을 거에요. 





우리의 뇌가 가진 기본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위의 방법들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뇌가 가진 '유연성' 때문이에요. 새로운 경험을 반복하기만 하면 뇌는 그 것을 습관화하는 쪽으로 변화해간다는 것이죠. 우리의 주의를 흐트러트리는 부정적인 일들은 언제나 존재할 겁니다. 아픈 기억이 될 수도 있고, 주변 환경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행복을 진하게 간직하고, 또 행복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면 그런 따가운 것들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평안하게 지켜낼 수 있을 거에요. 부디 건강한 뇌의 습관을 만들어 불안과 우울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참고도서 ]

뉴로다르마 /릭 핸슨(Rick Hanson) 저/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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