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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Nov 15. 2022

행복은 스쳐가고 고통은 들러붙는다

우리가 왜 우울해지는지 뇌는 알고 있다

인간의 생존능력 '부정편향', 

우리는 왜 '좋은 생각'만 할 수 없을까


본론을 시작하기 전에 질문을 먼저 드릴게요. 

"지난 일주일간 있었던 일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나 장면이 무엇인가요? "


예측컨대 아마도 스트레스가 되는 사건이나 걱정거리가 떠올랐을 거에요. 어떤 생각을 하셨더라도 긍정적인 일보다는 부정적인 일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주변사람의 친절보다는 직장상사의 무례한 행동, 맛있게 먹은 식사보다는 애인이 툭 던진 서운한 말, 부모나 자녀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 내가 망쳤던 일, 실수했던 일 등등. 즐겁고 감사한 일들이 100개 있었고 부정적인 사건이 단 하나 있었더라도 아마 그 단 하나가 떠올랐을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면 우리 뇌에는 '부정편향(negative bias)'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성이에요. 우리 마음의 조명이 긍정적인 사건보다는 부정적인 사건에 치우쳐져 있다는 겁니다.


행복했던 기억보다 스트레스 받는 경험들을 더 잘 기억해내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면보다는 단점이나 약점에 대해 더 많이 더 오래 생각한다는 것을 보면 이해가 쉬울 거에요. 그뿐인가요 무언가를 계획할 때도 대체로 안좋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습관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는 분들도 많지요.


그런데 이 부정편향은 우리 유전자가 가진 생존기술입니다. 수렵채집 시대의 인간을 상상해볼게요. 신선한 과일보다 생명을 위협하는 맹수의 침입을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야 생명을 지킬 수 있었겠죠. 부정적인 정보를 빠르게 파악해서 자신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은 계속해서 우리 뇌에 남아 있었어요.


이 기술은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재밌는 휴대폰 게임을 보느라 과속으로 돌진해오는 자동차를 빨리 발견하지 못하면 끝나는 겁니다. 평생 게임은 못하는거에요. 당신이 사업가라고 했을 때 사업이 술술 풀릴거라고 낙관적으로만 예측해서 리스크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얼마 안 가 밥줄이 끊기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를 지켜주는 이 부정편향이 불안과 우울을 과도하게 부추긴다는 게 문제에요. 우리가 어떤 일에 주의를 기울이냐는 우리의 감정을 좌우합니다. 즐거운 일에 주의를 기울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죠? 위험과 걱정거리, 나의 결점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당연히 우울해지고 불안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마음의 조명을 부정적인 사건에서 긍정적인 사건으로 옮겨놓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고, 우울과 불안을 완화시킬 수 있죠.


그러면 단순히 '좋은 일만 생각하면 항상 행복할 수 있겠네요?'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수없이 경험하셨듯) 이 '주의력'이라는 녀석이 내맘대로 되는게 아닙니다. 우리의 사고는 대체로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좋은 생각만 해야지'라고 의지를 낸다고 해서 좋은생각만 하고 기분이 좋아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 잠깐 작은 실험을 해볼까요?


 최근 가장 감사했던 일을 5분 동안 생각해보세요. 5분 내도록 생각해야 합니다.


(.....5분)


해보셨나요? 아마 5분 내내 처음 떠올렸던 감사한 일을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에요. 짧은 시간동안 여러가지 생각들이 끼어들었을 겁니다. 처음의 생각이 가지를 뻗어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고요. '아 배고프다' 와 같은 욕구가 갑자기 떠올랐을 수도,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이나 걱정거리가 떠올랐을 수도 있어요. 요점은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내뜻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좋은생각만 해야지'라는 결심은 '오늘부터 다이어트해야지'만큼이나 어려운 결심이 되는 거에요.



우울에 더욱 취약한 한국인


안타깝게도 우리 한국인들은 더더욱 긍정적인 일에 초점을 맞추는게 어렵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 우울유전자 비율이 높다고 밝혔는데요. 이 우울유전자는 다름아닌 행복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발현이 적은 것을 말합니다. 즉, 세로토닌 생성이 적어 낙관적이고 밝은 측면을 보도록 유도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거에요. 억울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런 성향이 한국인들의 생존력을 더 높여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효율 면에서 볼 때 뇌는, 고통스럽고 해로운 경험에는 끈끈이같이 쉽게 붙고, 즐겁고 유용한 경험에는 비단처럼 미끄럽게 놓친다. 이는 수백만 년간 생존에 유리했으나, 오늘날 많은 불필요한 고통과 분쟁을 야기한다. 

- 릭 핸슨 < 뉴로다르마 > 87페이지 -


정리해보면 인간의 뇌는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사건, 경험, 생각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녔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이 통장 속의 급여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거죠. 반대로 부정적인 일들과 그에 관한 생각들은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원치 않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떠오르며 괴롭히는 것이고요. 그 괴롭힘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로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로 나타나겠지요.


그렇다면 이 부정편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이게 바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뇌가 부정적인 생각에 치우쳐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통,걱정, 불안, 최악의 시나리오에 오랜시간 머무르지 않으려면, 행복에 오래 머무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 방법에 대해 다음 글에서 나누어 보도록 할게요.



(쓰다보니 분량이 길어져 글을 나누어서 올리게 되는 점 양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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