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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Jul 20. 2023

기분에 대한 착각

아침에는 비가왔고, 날씨예보에는 하루종일 비소식이었다. 딸아이의 등원길에 모자랑 선글라스를 챙겼지만 비가 계속 올테니 야외활동을 하지 않을 것 같아 라커룸에는 두지 않고 도로 가져왔다. 하지만 왠걸 오후되니 해가 쨍쨍했고 나는 걱정이 되었다. 선크림도 안발라 주었는데 모자까지 없어서 어쩐다. 햇빛이 꽤나 강한데 눈부셔서 어쩐다. 그러나 다행히 곧 구름이 하늘을 가득채웠다.


아침에 비가오거나 춥거나 더우면 으레 하루종일 그 날씨가 지속될 것 같은 예상을 하게 된다. 그냥 그럴 것만 같다. 그러나 날씨는 계속 변하고 (특히나 내가 사는 곳은 그렇다) 더웠다가도 춥고 비가오다가도 갑자기 쨍쨍하고, 맑다가도 갑자기 비바람이 친다.


아니 이건 날씨가 아니라 내 얘기잖아? 기분이 영 다운되어 있을 때 그게 지속될 것 같은 느낌도 동시에 든다. '아 이런 상태로 어떻게 아이랑 놀아주지?'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저녁밥은 어떻게 하나''내일도 이러면 이번주에 글을 완성하기 어렵겠는걸'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다른 기분으로 건너가고, 예상치 못한 지인의 연락에 뚝하고 비가 그치고, 마트 직원의 친절함에 한 겨울에도 별안간 봄이된다. 압도적인 감정은 지속적이기도 하지만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르고, 짙은 우울도 육중한 불안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잠깐 들르거나 오래 머무르거나의 차이일뿐.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도 통성명하고 이런저런 얘기 주고받다보면 어느새 뒷모습을 보이는게 기분인거다.


그렇다면 안녕. 

오늘의 기분도 반갑게 맞아주지. 잠깐인지 오래일지는 마주해봐야 알게될 일.





P.S. 이런 짧은 메모같은 글은 주로 인스타그램에 끄적여두었는데 인스타를 지운지가 어언 몇달이 되어버렸네요. 새로 나온 쓰레드(?)가 텍스트 중심이라고 해서 활용해보려 했더니 인스타와 같은 계정을 쓰는 건가 봅니다. 저는 인스타 비번을 또!잃어버렸네요?(일주일째 비번 찾기 시도중)괜찮다면 이곳에 짧은 메모도 기록해두려 합니다. 낙서에 가까워 읽을 맛이 안나시겠지만 너그럽게 받아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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