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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Dec 21. 2016

마음을 읽는 일

 서로를 위한 멋진 능력

심리학을 전공했다면 누구나 겪어봤을 당혹스러운 순간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봐'라고 할 때죠. 물론 철학을 전공한 제게 '나중에 철학관 차리는거냐'라고 하는 것보다야 덜 당혹스럽긴 합니다만. (참고로 전 학부때는 철학을 주전공,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하였습니다.)

 다행히 이제는 당혹스러움보다는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낯선 사람과의 첫 대면에서는'내 심리가 어떤 것 같아요?'라는 질문으로 운을 떼주어서 좋고,  심리학이 독심술인줄 아느냐고 상대를 디스할 기회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저도 사람들 마음을 읽고 싶습니다. 만약 소개팅 자리였다면,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보라고 하는 상대남자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겠죠.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말이에요. 내가 엄마라면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을 겁니다. 또 뭔가 심드렁한 친구의 속마음을 안다면 좋을거고요. 모든 사람들이 그럴거에요. 상대방의 마음을 알면 편해지는 일이 아주 많지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애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직장상사의 마음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는 큰 위기상황을 겪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거짓말쟁이에게 사기를 당하는 일은 없겠고요.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다른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평생 이룰 수 없는, 하지만 버릴 수 없는 인류의 욕망 중 하나가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 을 보았습니다. 인어의 세계는 반경 10km이내에서 속마음을 서로 다 알 수가 있다더군요. 그래서 거짓말이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는다고요. 반대로, 인간의 세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들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타인들과 어떻게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그런데, 조금 모순된 사실일 수 있지만, 우리는 유아기 때부터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납니다. 심리학에서도 이에 대해 '마음읽기'라는 개념으로 많이 연구되어져 왔습니다. 이론가들마다 의견은 분분 하지만 빠르면 5개월부터 늦어도 5세이전에 마음읽기 능력이 시작되거나 전조를 보인다고 합니다. 이후, 점차 발달해서  청소년기 정도에는 고차원적이고 정교한 마음읽기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여기서 '마음읽기'란 우리가 원하는 독심술이라기 보다는, 타인의 표정이나 행동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이라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우울하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특정 행위나 말투를 통해 우울한 기분을 알아채는 거죠. 어린 아이들이 사고친 후에,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마음읽기'가 어렸을 때부터 가능하다는 게 맞는말인 것 같긴 하네요.


이러한 마음을 읽는 능력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기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마음읽기 능력과 사회적능력의 정적인 관련성을 확인한 연구도 있다고 하니 (즉,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아채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더 유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 기술이라는 표현이 꽤 적절해 보입니다.


어쨋든, 우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단지, 상대를 얼마나 배려하고자 하는가. 타인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의 여부가 마음읽기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것 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흔히 '쟤 눈치없다.' 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봅시다.  자기자신에게 심취되어 타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자기애가 강해서 상대방의 기분이나 마음이 안중에 없는 거죠. 그래서 눈치없는 행동이나 말을 내뱉는 경우가 많을거고요. 그런 사람들의 말이나 글은 상당히 유창한듯 보이지만, 타인이 듣기에는 상당히 거북하게 들립니다. 기본적으로 맥락에 맞지가 않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결국 대인관계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마음을 읽는 일이 사회적 기술인만큼 우리는 '함께' 하기 위해서는 꼭 명심해야 합니다.

즉, '마음을 읽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이 것이 결국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 그리고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일과 연결이 되니까요.


아무리 개인주의가 팽배해졌고, 1인가구가 늘어났다지만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혼자인 삶은 없습니다. 어쩌면 개인주의가 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고요.


이럴때일수록 우리에게 '마음읽기'능력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독심술이 아닌,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소통능력으로써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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