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책
독서편식이 심한 내게는 소화하는 책의 범위를 넓혀가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다. 오로지 스스로의 동기에 의해서라면 소설(특히 유럽소설)과 철학 또는 심리에세이에 치우쳐져 있는듯 하다. 에세이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즉 믿고보는 몇몇 작가들의 책 정도일 뿐이다.(물론 나는 다독하는 독서가는 아니다.) 다행히 틈틈히 그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좋아하는 사람이란 나와 얼마나 가까운지와는 상관이 없다. 가족은 물론이고 아주가까운 친구일 수도 있고, 사적인 대화는 좀처럼 나누지 않는 직장상사도 있고, 일년에 한두번 안부만 나누는 정도의 지인도 있고, 온라인으로 알게된 블로거,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연예인까지 모두 포함이된다. 그리 친하지 않아도 많이 좋아할 수는 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의 좋아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고, 공통관심사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는 반갑기도 하고 대화거리도 많아진다. 특히 그들이 즐겨듣고 읽는 음악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좋아하는 친구나 직장동료가 노래나 책에 대해서 얘기할 때면, 꼭 기억해두었다가 찾아 듣고, 읽곤 한다. 가까운 사람들의 호서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있다. 대화를 나누면 되니까. 작가나 연예인의 호서에 대해서는 잡지나 인터뷰기사 등을 통해서 알 게 되는 편이다. 그런점에서 네이버캐스트나 YES24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지식인의 서재','명사의 서재'는 내게 보물상자 같은 존재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직접 추천하는 책을 알 수 있을 뿐더러 책에 대한 그들의 태도까지 알 수 있어 기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를 알게 되는 것도 큰 수확이다. 또 순수하게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해놓은 글이라서 읽는 그 자체로 알 게되는 것이 많기도 하다. 지식인의 서재 등을 통해서 내가 평생 도전하지 않았을 몇몇 고전도 읽을 수 있었다. 왜냐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이니까.
뿐만 아니라, 몇년전만 해도 자기계발서에 대해서는 근거없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철없던)내가 친구들 덕에 그 벽을 허물기도 했다. 아주 신뢰하고 좋아하는 친구가 책 한권을 던져주었는데,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올라와있던 자기계발서 책이었다. 그는 이 책이 정말 좋았고, 자신을 변화시켰노라며 나에게도 선물을 했던 것이다. 좋아하는 책을 한 권 더 사서 친구에게 선물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일인가. 나는 그 마음에 감동하여 한글자 한글자 소중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가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을 것들을 추측해 보기도 하고, 이부분에서는 친구가 어떤 것을 느꼈을까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폭을 넓힌 분야는 고전과 자기계발서 뿐만이 아니라 경제관련 도서와 추리소설이 있다. 최근에는 책얘기를 자주 나누는 회사동료가 장하준 작가(경제학자)의 책을 칭찬하기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나만큼이나 경제에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친구가 경제학자를 좋아한다고 하니 당연히 나도 읽고싶어서 근질근질하지 않았겠는가. (잘 읽고 이해할 자신은 없지만..) 어쨌든 친구가 직접 빌려주기까지 한 장하준의 책을 읽고나면 나는 미약하나마 경제지식도 알게될 것이고, 괜시리 뿌듯할 것이고, 친구와 대화거리도 생길 것이다. 또 친구가 이 작가의 글에 대해 어떤 점을 특히 좋아하는지 알게되겠지.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읽는 것은, 나의 독서력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며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까지 넓혀갈 수 있으니 일타쌍피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이렇게 특별나지않은 책을 고르는 법은, 내가 책을 고르는 사소한 방법이자 좋아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