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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고독을 숨긴 사랑은 고통의 야매

시와 고독 그리고 신용목 시인

오늘의 문장은 난다의 詩란 시리즈 두번째 책, 신용목 시인의 『비로 만든 사람』(난다, 2023)에서 가져왔습니다.          

고통은 나눌 수 없다. 사랑하는 자들은 가끔 그것을 잊는다. 그들은 나눈다. 사랑의 가장 큰 기만은 서로의 고통이 하나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고통에 관한 한 사랑하는 자는 이교도이다. 그들은 고통을 고독의 지평 너머로 밀고 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진정시킨다. 고독을 부정함으로써 고통의 자리를 빼앗는다. 그러나 고독을 숨긴 사랑은 고통의 야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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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을 함부로 대체하지 말 것, 어떤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다치는 지름길 같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좋으면 좋다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때론 숨통이 트입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시대 최대 수확은 '시와의 화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간섭하지 않고 물처럼 흐르는 시가 참 좋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좋고요.

 출판사 난다와 전주 동네 책방 물결서사의 흐뭇한 만남을 보다가 퇴근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신용목 선생님 책을 들고 퇴근했고요.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김민정 대표님의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나쁜 어른이 되지 않는 법은 알겠습니다. 무해한 쪽으로, 이왕이면 유익하게, 몸과 마음을 기울여야죠. '고독을 숨긴 사랑은 고통의 야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독을 숨기는 것보다 고독의 농도가 비슷한 사람을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만남에 청혼한 저는 아내의 고독한 부분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쿤밍에서 보내주신 청귤보이차를 핸드드립 주전자로 찻잔에 내려서 따뜻하게 마시며 심신을 안정시키고, 다시 콜라잔에 찬물로 내려 마시며 정신을 차리는 밤입니다. 가을의 초입은 청귤이 좋습니다.

 내일 오전엔 도서관 창가에 있는 책을 청운학교 도서관으로 옮기고 도서관에 도울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도서관 시즌 4는 학교 도서관과 적극적인 연대를 이루어 나가려고 합니다. 문학의 밤 공문이 나오면 인사드리러 다니며 말씀드리겠지만,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요청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점심시간에 황금마차(이동식 도서관)가 학교나 공공기관 앞까지 갈 수도 있고, 학교 도서관 내에 경향도서관 큐레이션 서가를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웹기반 도서관리 시스템이라 핸드폰과 블루투스 바코드 스캐너만 있으면 출장 서비스도 가능해졌습니다. 도서관이 고정된 공간이란 개념만 버리면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한국학교로 보낼 책



 내일 오후 5시에 민주평통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서 도서관을 어떻게 할지 고민입니다. 12학년 가운데 오후 4시 40분~7시까지 도서관에서 자리를 지키며 안내하다가 마감하고 갈 수 있는 친구는 연락 부탁드립니다. 일당 50위안, 도서관 마감 파트타임 구합니다:) 혼자 하면 심심하니까 선착순 2명만 모집하겠습니다.


도서관은 내일 오전 10시에 개관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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