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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슬픔이 오직 나에게로만 향하게 할 수 있나

슬픔과 강아지와 나 그리고 김은지 시인

오늘의 질문

강아지와 눈맞춤하고 그 슬픔에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어제 가로수에 묶여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봤습니다. 눈에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누구를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무심하게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니 그것이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이겠구나, 기다림도 특기가 되는구나,라고 혼잣말을 하며 지나갔습니다.

'개'로 시작하는 욕을 참 많이 듣고 했었는데, 이제는 '개처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다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꼬리를 흔들며 빙글빙글 돌겠지요. 개는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을 고요히 보낼 줄 알았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다른 점이 있다면, 개의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하다는 겁니다.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요. 물론 고양이도 1년 동안 혼자 집을 지키니 개의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요(메리야 아빠가 미안했다).


오늘의 질문은, "슬픔을 가득 안고 살아가면서도, 오직 그 슬픔을 나에게로만 향하게 할 수 있을까?"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동안 슬픔을 발산하다 못해 남들을 불편하게 만든 거 같아 이따금씩 반성한답니다. 내가 힘들다고 남까지 힘들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머무는 문장


거절당한 친구에게

먼저 놀자고 말할 수 있나요


작은 공원의 삼백육십오 일을

처음 와본 것처럼 살필 수 있나요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을

매일 마침내 돌아온 것처럼 맞아줄 수 있나요


추위가 찾아오면 집에서 가장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누울 수 있나요


각종 천을 모두 이불로 쓰기 좋아하는 건?


건네는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가 놓아줄 수 있나요


강아지는 그럴 수 있는데


_김은지,「매일 마침내」『여름 외투』(문학동네, 2023) 전문


정적인 인간인 저는 오전에 무척이나 역동적인 운동회를 마치고 도서관에 앉아 있습니다. 내려가는 눈꺼풀을 막을 길이 없고요. 6시까지 글을 쓰다가 졸다가 반복하다가 퇴근할 거 같습니다. 그럼 이만, 꾸벅.


#문학동네 #여름외투 #김은지 #오늘의질문 #문학동네시인선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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