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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하노이에는 내가 있어요

여행과 모란과 하노이 그리고 유진목 시인

오늘의 문장은 하노이에 질투하게 만드는 유진목 시인의 『슬픔을 아는 사람』(난다, 2023)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내게 물을 것이다.


하노이에는 뭐가 있어요?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하노이에는 내가 있어요.


_143p


유진목 시인님 산문집 볼 때마다 하노이가 부럽지만,

칭다오에는 노부부가 52년 동안 키운 모란이 있어요.

바다를 보지 않아도, 산에 가지 않아도, 도시를 구경하지 않아도, 4월 말에 모란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어디에 있냐고요? 영업 비밀입니다.


학생생활기록부를 정부24에서 열람해 볼 수 있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들어가 봤습니다(궁금한 거 못 참는 성격). 저의 기억과 기록된 내용 사이에 간극이 너무 커서 손발이 오그라들었습니다. 특히 고2 때 담임선생님은 저를 정말 싫어하시는 줄 알았는데 '인간애'라는 단어까지 사용하신 걸 보면, 츤데레셨던 거 같습니다. 저에 대한 기록이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내가 영어토론반에서 활동했었다고?", "나한테 이런 자격증이 있었다고?"(겨울 코트 주머니에서 오만 원 발견한 기분) "우리 부모님이 내가 공무원 되길 바라셨었다고?" "내가 교련을 배웠다고?"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성함도 잘못 기억하고 있었고, '기록'을 보니 떠오르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문학과 작문을 참 좋아했고, 수학을 중간에 포기해 버렸습니다(3학년 1학기 수, 2학기 양). 기록으로 남기면, 20년이 지나도 잃었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모란도 언젠가 사라지겠지요. 그때가 되면 기록을 보면서 추억할 겁니다, '끌림'에 진심인 시인님이 찾은 모란이 있었다고.


도서관은 내일 오전 10시에 개관합니다. 며칠 비가 내려서 기온이 크게 떨어질 거 같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평안한 밤 보내세요.


칭다오 경향도서관에는 내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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