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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 대의 반대편에 있는 것들을

다름과 틀림 그리고 이규리

오늘의 질문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를 보다가 정말 베스트셀러라는 게 의미가 있나 의문이 생겼습니다. 허무에 가까운 감정일 겁니다. 작가가 열심히 쓴 글을 출판사 편집자, 제작부가 힘을 모아 열심히 만들면, 마케터들이 야근까지 하며 책을 알릴 것입니다. 서평단도 모집하고, 북클럽도 운영하고, 최대한 책이 노출되도록 노력해서 입소문을 타면 책이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생략해도 되는 책도 있겠지요. 책을 많이 사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데, 어떤 사람은 지지자가 많아서, 그 지지자들이 책을 사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묘하게 불편해 지는 건 제가 지나치게 예민하기 때문일까요?


도서관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제가 유일하게 들이지 않는 책은 좌우 극단으로 치우친 책입니다. 극단으로 치우친 책에는 1cm의 공간도 내주고 싶지 않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습니다. 눈은 바깥을 향해 있고요. 마음은 대의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대의', 역사 속에 '대의'에 희생당한 이가 얼마나 많나요. '문맹'을 깨우치기 위한 대의와 노력은 '노예'라는 끔찍한 신분을 만들었습니다.


에밀 아자르가 30년 전에 한 말을 메모해서 책에 남겨주신 이규리 시인님에게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그 말이 아니었다면, 저도 '대의' 반대편에 있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오늘의 질문은, "안으로 굽는 팔을 어찌할 수 없다면, 대의 반대편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입니다.


팔을 안으로 굽게 하시고, 눈을 바깥으로 보게 하신 신의 뜻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머무는 문장

말하자면 '모차르트를 미워한다고 총으로 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예요.' 에밀 아자르의 이 대목은 비폭력을 보여주는 인문학적인 사고 방향이다.

_이규리,『시의 인기척』(난다, 2019), 168p


작가로서 존경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의구심이 들고 있는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보다가 대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가는 함정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윤석열 대통령과 조국 교수의 책을 찾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조국 교수의 재판이 끝나기 전에 그분들의 책을 입고할 생각이 없습니다. 어떤 일들은 지나고 나야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기도 합니다. 물론 대의라는 색안경이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만, 반대를 미워하지 않는 법을 알기 위해선 그 색안경 안에 숨은 눈빛을 보는 연습이 먼저일 것입니다. 단호한 입과는 다르게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이요.


다르다와 틀리다만 구별할 줄 알아도 세상은 아름다워질 거라 믿으며, 오후 7시까지 자리 지키고 있겠습니다. 중간에 자리를 비울 때도 있습니다. 도서관에 사람이 없을 땐 안내 문구를 보시고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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