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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 좋은 아빠와 좋은 관장 모두 될 순 없나

기록과 추억 그리고 차해원

오늘의 질문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많습니다. 간직하고 싶은 추억도, 잊고 싶은 기억도, 지나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때가 많습니다. 2022년 5월의 어느 날, CMP 광장에서 본 아름다운 일몰 덕분에 같은 지점에서 비슷한 시간에 사진을 찍고 관찰하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어떤 기준점을 만들어 놓고 보면, ‘변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변한다는 것,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면서도 슬픈 일입니다.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기 싫은 것들이 있습니다. 지나치기 싫은 것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 추억하고 싶은 것들, 지켜내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쉬는 날이라 준서 하원하고 온 가족이 함께 이발했는데,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보며 잘라서 보관하고 싶은 것들에 관해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준서가 아픈 달엔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가는 거 같습니다. 할 일은 많은데, 묘하게 타이밍이 어긋나고 있어 잠시 호흡을 고르는 중입니다. 2023년은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완전체로 온전히 1년을 함께 하는 해입니다. 11월에 아내가 출산하러 들어가면 잠시 이산가족이 되겠지만, 2023년은 최대한 기록으로 남기면서 오래도록 추억하고 싶습니다.


희동이가 태어나면 아무래도 준서에게 미안한 일이 많이 생기겠지요. 준서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준서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오늘의 질문은, “좋은 아빠와 좋은 관장 모두 될 순 없는 건가?”입니다.


머무는 문장


우리는 유언의 첫 문장을 쓰기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_차해원,  「비망록」 『노스텔지어』(2022) 중에서


언젠가 쓰게 될 유언의 첫 문장은 “준서야, 아빠와의 추억을 생각할 때 가라앉는 슬픔보다 차오르는 기쁨이 더 많길 바란다.”로 시작하길 바랍니다. 그럼요, 우리는 유언의 첫 문장을 쓰기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치면 사라지는 것들 중에 우리가 함께 견딘 지난 3년의 팬데믹도 포함될 것입니다.

이번에 기록으로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치기 싫은 친구들은 미리 준비해 보세요. 재외동포청에서 사업 심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속 시원하게 포스터도 못 만들고 있지만, 재외동포청의 지원과 상관없이 문학의 밤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공간을 그림에 담는 콩태 선생님의 첫 개인전이 숲 카페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평소에 콩태 선생님이 궁금했던 분들은 전시회에 참석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동네가 왜 거기서 나와”를 외치시길.

출처 : 콩태 선생님 위챗 모멘트



도서관은 내일 오전 10시에 개관합니다.


#차해원작가 #노스텔지아 #오늘의질문 #기록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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