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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내가 뒤에서 막아줄 테니까

범죄와 보호 그리고 장류진

오늘의 문장은 일상과 공감의 작가 장류진 작가의 『연수』(창비, 2023)에서 가져왔습니다.          

"내가 뒤에서 막아줄 테니까. 그때 오른쪽으로 차선 하나 옮겨요. 알겠지?"

_48p


오후에 고 1~3인 소란 친구들과는 무거운 이야기를, 중 3인 인문고전살롱 친구들과는 각자의 책 취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란 친구들은 어려운 문제 앞에 진지했고, 인문고전살롱 친구들은 솔직했습니다. 소란 친구들과 나눈 주제는 "묻지마 범죄는 왜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가?"였습니다. 환경, 경제, 코로나, 언론, 원망 등 여러 각도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어려운 답을 구해봤습니다. 괴물이 되기 전 약자를 보호하는 일, 외면하지 않고 친구가 되어 주는 일이겠지요. 친구들은 원인을 생각하며 다음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다음에는 "아동의 인터넷(미디어) 노출로 인한 폭력성 증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저는 소란에서 박주경 작가님의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김영사, 2021)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문학동네, 2010)를 소개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터뷰한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수많은 사람들은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사건의 현장을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재현하는 플래시백을 겪는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잊으라고 하겠지만, 부정 탄 사람 취급하겠지만, 그들은 계속 사건의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순수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책 취향을 소신 있게 밝힌 인문고전살롱 친구들을 보면서 박주경 작가님의 문장을 다시 생각하다가 문득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운전 연수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가끔 까칠해도 친구들이 차선 변경할 때 뒤에서 막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저도 생각해 보면 인생의 중요한 차선을 변경할 때마다 뒤에서 막아준 어른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또한 약자를 범죄로부터 보호하지 않고 되레 2차 폭력만 가하는 사회는 그 약자마저도 또 다른 범죄의 가해자로 만들지 모른다.

 따지고 보면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듯, 땅에서 불쑥 솟듯 저 홀로 발생한 범죄는 없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뿌리가 있고, 그 뿌리는 자신의 부모, 형제, 친구, 학교, 지역사회에 골고루 맞닿아 있다. 가늘고 희미하게 이어진 뿌리라 해서 결코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세상 모든 거악은 작은 뿌리에서 움트는 법이다.

_박주경,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김영사, 2021), 111p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병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상처가 곪아서 터지는 지경이라면, 밴드 하나 붙이는 걸로 역부족일 겁니다. 다음 세대에 건강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조금은 힘을 보태야겠습니다.


월요일은 도서관 정기 휴관일입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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