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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 비와 함께 떠나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비와 계절과 작별 그리도 신용목

오늘의 질문


한 계절이 다른 계절과 이별할 때 '비'를 이용하곤 합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넘어갈 때, '비'가 내리곤 합니다.


한 계절의 흔적을 씻겨내고서야 비로소 다음 계절이 도착하는 것은 어쩌면 계절도 미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세상엔 무 자르듯 싹둑 잘라 보낼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비와 함께 떠나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입니다.

저는 여름 내내 달고 살았던 탄산음료로 인해 찐 '살'이요.


머무는 문장

밤은 먼 하구에서부터 대지의 터진 강물을 달빛의 바늘로

가늘게 뜨고 있다


유령들의 물놀이처럼 바람


자자

왜 생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잘 보이는가


자자

생각의 입이 터져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 간판이 꺼진다


_신용목,「유령들의 물놀이처럼」『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문학동네, 2021) 전문



신용목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어떤 사람은 시를 쓰기 위해 태어난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에는 고명재 시인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고, 조금 이전에는 박준 시인의 글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빠릅니다. 2023년은 도무지 시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데 시간을 꼭 따라가야 하나요. 그냥 어떤 해는 시간에 내 몸을 맡기고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제일 잘하는 거 있잖아요. '해결', '망각'. '치유' 이런 거.

 도서관은 오후 6시까지 개관합니다. 오후 3시 소란과 오후 5시 인문고전살롱이 1층에서 모일 예정이고요. 열람은 창가 자리나 2층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책 읽어보세요. 오늘의 플리는 "비 오는 날 생각나는 국내 가요"입니다.


연휴 때 보실 책 미리 대출해 가시길 바랍니다. 반납은 10월 10일까지로 자동 연장하겠습니다.

 

#문학동네 #비에도착하는사람들은모두제시간에온다 #신용목시인 #오늘의질문 #문학동네시인선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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