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카슨,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난다)x如是书店
2021년 175번째 책
앤 카슨,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난다)
신을 믿는 사람들도 가끔 생각할 것이다. ‘이런 시대에 신은 어디에서 뭐하고 계시나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요?’ ‘저렇게 선한 사람들은 힘들고, 악한 사람들은 왜 잘 되나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앤 카슨처럼 생각할 수 있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방이 있다. 보통은 바깥에서 안쪽이 보이지 않게 하겠지만, 취조실처럼 안쪽에서 바깥을 볼 수 없고, 바깥에서 안쪽을 볼 수 있는 방이다. 그 안에 신이 있다. 신은 많은 계획을 세우고 일하지만, 바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방관만 하게 된다. 앤 카슨의 『짧은 이야기들』(난다)를 읽었을 때 느꼈던 빈정거림이 장시에 더 깊게 스며들어 있다. 신을 믿는 입장에서도 그 빈정거림이 불편하진 않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신을 믿는 사람들의 가장 큰 착각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믿는 사람의 잣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대부분은 얼굴을 붉어지고 “불경건한 책을 왜 읽냐!"라고 호통을 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말씀을 전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다. 불편함을 넘어설 때 깨닫게 되는 것도 있다고. 원래 시는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 시대를 풍자하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어떠한 불편함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녀의 시는 끝까지 감옥,
지하실, 우리cage, 창살, 마구馬具, 재갈, 빗장, 족쇄,
잠긴 창문, 좁은 창틀, 아파하는 벽에 대한 것뿐이다.
(중략)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우리cage
그들은 그녀의 감옥을
19세기 잉글랜드 북부의 차가운 황야에 있는 외딴 교구에서 살아가야 하는
목사의 딸에게 지워진
한계로 이해한다.
그가 말했다. 오늘은 다리를 꽤 많이 드러내셨네요 어머님.
나는 어머니가 뭐라고 대답할지 기다리며 그녀의 뒤통수를 쳐다봤다.
그녀의 대답이 이 상황을 정리해 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밧줄이 돌돌 감긴 듯한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을 뿐이다.
우리가 내는 모든 소리는 작은 자서전이다. 소리의 내면은 완전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그리는 궤적은 공적이다. 외부로 투영된 한 조각이 내부. 그러한 투영의 검열은 (우리가 살펴봤듯이)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누는 가부장적 문화의 과업인데, 그 부류란 이것이다. 스스로 검열할 수 있는 인간과 그럴 수 없는 인간.
앤 카슨의 풍자는 눈에 거슬리지 않고, 기나긴 장시는 몰입하게 만든다. 어렸을 때 ‘욥기’를 읽는 것이 힘들었다. 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고, 친구들의 말이 무척이나 얄미웠기 때문이다. 욥기를 온전히 이해하고, 비슷한 경험을 겪은 다음에는 이제 안다. 신을 향한 욥의 마음과 욥을 향한 신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신의 위로가 어떤 것인지를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바람은 애써 자신을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바람은 때로 태풍이 되지만, 그 태풍이 없으면 바다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았나, 그대는 바람을 볼 수 있는가, 그런데 왜 신에게는 자꾸 보여달라고 떼를 쓰는 걸까, 바람은 바람의 일을 하고, 신은 신의 일을 한다. 그 모습을 볼 때 앤 카슨처럼 생각할 수 있다. 아니 앤 카슨처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보고 있을 때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저급한 빈정거림을 봤다. 어설프게 시인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을 평가하는 걸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만하다, 모든 것을 베어버릴 수 있는 깨진 유리처럼.’, ‘초라하다, 쓸모 없어진 유리 조각처럼.’
빈정거림에도 격이 있다는 사실을 앤 카슨의 긴 장시를 보며 생각했다. 언제나 난다 출판사에 고마움을 느낀다. 사람은 각자 우리cage가 있고, 우리의 경중은 타인이 평가할 수 없다. 더구나 ‘사람’은 ‘사람’이 쉬이 평가할 수 없다. 격이 있는 빈정거림은 풍자로, 싸구려 빈정거림은 무례함으로 나뉜다.
이 책은 칭다오 라오산구 석노인해수욕장에 있는 如是书店(SOBOOK)과 어울린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싼 책방, 뜨거운 모카 라떼를 손잡이도 없는 유리잔에 주는 곳이지만, 앤 카슨의 시집을 읽기에는 딱 좋은 곳이다. 바다가 보이는 유리 감옥에 갇힌 기분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