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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단어들 011 “복 福”

빈손으로 왔으니 다복이고 다, 복이다

2024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단어들 011

“복 福”


1.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

2.

"배당되는 몫이 많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당신의 복을 빌어준다고 나의 복이 닳는 것도 아니고,

욕한다고 복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 이왕이면 복을 빌어주자."


2024년 청룡의 해가 시작되고 가장 많이 하고 들은 말이 ‘복’일 것이다.

만족과 행복이라는 주관적인 말을 품은 복에 너무 객관적인 ‘숫자’를

붙여 생각하려다 보니 ‘복’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게 아닐까.

나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났으니, 나에게 배당되는 몫이 있다는 것 자체가 복 아닌가, 가진 복을 세어보는 것도 중요한 거 같다.


밤 산책을 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온 길에 복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길을 지나고 있을 땐 내가 얼마나 복을 받으며 걷는지 모른다. 그래서 옆에 있는 복을 두고 멀리 있는 복을 찾아 헤맨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내가 얼마나 다복한 사람인지를.


당신의 복을 빌어준다고 나의 복이 닳는 것도 아니고,

욕한다고 복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 이왕이면 복을 빌어주자.

강과 강이 부딪히면 언제나 약자만 피해를 본다.

다음주는 나와 나빈이 병원 일정으로 출국해야 하는데,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병원에 전화했더니 19일 오후에 연락해서 확인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대 정원 늘린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복을 빌었다.

그들에게 지혜를 주셔서 '설득'이란 걸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파업하겠다는 전공의들의 복을 빌었다.

그들이 부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법과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법을 찾게 해달라고.

국민의 복을 빌었다.

무조건 좋아하지 말고, 무조건 싫어하지 말고, 빛과 어두움을 잘 보게 해달라고.


어지러운 세상이다. 요지경 세상이고. 팬데믹 시절이 지나고 비이성의 시대를 보는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운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내 믿음이 강한 만큼 복도 많이 빌어주련다.


산책길에 별이 보였고, 달이 보였다.

'만복의 근원 하나님'이 절로 나오는 밤이다.


미운 시람을 위해서도 빌자, 복.

다복이고,

다, 복이다.


20240217

연휴 끝자락, 24시간 만에 밤 산책 중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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