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휴관을 결정하며(2020.01.25.)
다가온 위기 : 칭다오 확진자 발생 2020.01.25.
-도서관 휴관을 결정하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한 예감과는 대조되게 도서관이 있는 아파트 단지는 춘절(구정) 분위기를 내는 조명들로 가득했다. 내일 오후에 지난으로 향할 예정이라 도서관 설 연휴 일정을 올렸다. 일단 오늘은 오후 5시까지 개관하기로 했는데. 칭다오에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일 오후에 도서관 운영 노하우 제공과 책 기증을 위해 산둥성 수도 지난에 갈 예정이었는데, 확진자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편의와 생존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언제까지'였다. 언제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걸까? 무료 도서관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없다고 도서관 운영에 타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역 도서관으로서 운영을 잠시 중단한다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우습게 생각하던 원인불명의 폐렴은 이제 막연한 두려움이 되었다. 확산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고, 아직 정확하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고, 온갖 추측들만 난무했다.
오전에 오후 5시까지 개관하겠다고 일정을 올리고, 개관시간인 오후 1시 1분에 긴급 공지를 올렸다.
"정부에서도 단체 모임을 금하는 만큼 도서관도 당분간 문을 닫으려고 합니다. 저는 미리 공지한 시간에 있을 예정이지만 신발장이 있는 문 앞에서 반납과 대여 업무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서관에서 대여와 반납을 하실 분들은 문자나 위챗으로 이름과 책 제목을 미리 보내주시고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몇몇 교민들이 상기된 얼굴로 왔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인사드렸다. 지난 출장을 만류하는 분도 있었는데, 감사의 인사와 함께 조심히 잘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렸다.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
도서관에 앉아서 코로나 관련 뉴스를 보다가 결단을 내렸다. 완전한 휴관. 반납과 대출 모두 중단하는 완전한 휴관이며, '당분간'이라는 사실상 무기한 휴관을 결정했다. 사실상 이런 공지는 외부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으니 행정조치를 하지 말아 달라'라는 일종의 신호였다. 행정조치. 이동을 제한시킬 수 있는 곳. 도서관에서 올린 이 공지는 기나긴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2020년 춘절 연휴, 우리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긴 겨울의 초입에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에 가는 최대의 명절, 2020년 춘절 고향에 간 사람들은 어떤 풍경을 보았을까?
시인 정지용이 그 기분을 헤아려 줄 것이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양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나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_정지용, 「고향」,『정지용 시집』(범우사, 2020) 전문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두려워했어야 했다,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는 우한이라는 도시의 어느 시장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혀졌고, 또 다른 추측들이 난무했다. 원인이 무엇이든지 이제 이 바이러스는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중국의 지도는 전쟁지도처럼 여러 다른 색깔로 물들기 시작했다. 칭다오도 점점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이제 우리는 '생존'을 위해 여러 결단을 내려야 함을 직감하며, 마지막 휴관 공지를 올렸다.
2020.01.25. 두려운 현실과 보이지 않는 미래 사이에서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