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이라는 긴장감

도서관에서 처음 신종 바이러스 선제적 방역 조치를 결정하며(200121)

‘신종’이라는 긴장감 2020.01.21.

-도서관에서 처음 신종 바이러스 선제적 방역 조치를 결정하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도서관도 사람들이 붐빌 때가 있어 안내 말씀드립니다. 도서관에 오실 때 가급적이면 마스크를 착용해 주시고, 기침이나 감기 기운이 있으신 분 가운데 책을 반납하실 분들은 반납 도서를 티테이블 옆에 두고 가시기 바랍니다.


 도서관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소독액 등으로 손을 씻어주시고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교민을 하다가 도서관은 일단 정상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전염이 염려되는 분들은 이용을 삼가시고 이용하실 분들도 모두의 건강을 위해 안내 사항을 잘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무탈하게 춘절 기간을 넘기길 소망합니다."

손 소독제가 품절되어 급하게 구한 물티슈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방역이라는 용어를 쓰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도서관은 개관했지만, 손 소독제를 구할 수 없었다. 이미 대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급하게 물티슈라도 구해서 왔는데, ‘신종’이라는 점점 긴장감을 더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우리 도서관에서 확진지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한 것도 방역 공지를 고민하면서부터였다. 검색하다 보니 기본적인 방역 시행에 대한 안내 문구가 있는 사진을 발견해서 공유하고,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아직 칭다오는 안전하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겁에 질린 사람도 있었다.


‘신종’, 새로운 종류의 질병은 언제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손 소독제가 품절되었을 때 느꼈던 묘한 긴장감,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은 어쩌면 인간의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걸 수도 있다. 처음 간 수영장에서 수심을 모르는 구역에 들어갔는데, 발이 닫지 않을 때 오는 긴장감이 있다. 언제나 수영장을 들어가기 전에는 수심을 체크해야 하듯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어떤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안심이 방심이 되는 순간, 경험의 함정에 빠졌기에 ‘불안감’은 더 증폭되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불안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손 소독제 대란이 일어나자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게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기주 작가의 만년 일력인 <일상의 온도>(황소북스) 1월 21일 문장이다. 우리는 좀 더 들었어야 했다, 누군가 목숨을 걸고 외치는 소리를.

“손 소독제가 도착할 때까지 귀찮더라도 도서관에 오시면 물티슈로 손부터 닦아주세요^^ 질병 관리는 과하게 할 때 예방이 됩니다.”


도서관을 개관하며 올린 마지막 공지에는 ‘선제적 방역 조치’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애써 양해를 구하는 공지는 ‘아직 방역이 생활이 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2020.01.21. 방심과 불안함 사이에서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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