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용기의 사이 반짝이는 순간 : 황금마차

미지의 불안과 공포를 품고 지난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20.01.26.)

위기와 용기의 사이 반짝이는 순간 : 황금마차_더 비기닝 2020.01.26.

-미지의 불안과 공포를 품고 지난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인간이 미지의 두려움 앞에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아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문들, 실체가 없는 말들이 두려움을 증가시켰고, 사람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약속했다. 오랜 독려 끝에 지난에서 용기를 내어 시작하게 된 도서관에 책을 가져다 드리고 운영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기로 약속했다. 약속이 생명보다 중요하진 않아서 계속 고민하다가 일단 가기로 했다. 중간에 통제하면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는데 다행히 지난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지난까지 369km, 불안함에 단 한 번 쉬고 계속 달렸다(사진 1), 쯔보 휴게소 풍경, 이곳에서 심각함을 실감하기 시작했다(사진 2), 지난 톨게이트 방역 검문(사진 3)


휴게소마다 방역도 철저하게 하고 톨게이트와 호텔 입구에서 열도 재는 등 최대한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지난은 이미 작년에 온 적이 있어서 무슨 관광지를 갈 필요도 없었기에 이번 일정은 사람 많은 낮에는 호텔에만 있으려고 책 한 권씩 챙겼다. 지난의 랜드마크 콴청광장과 음악 분수쇼와 부용 옛길을 순식간에 보고 들어오니 자정을 넘겼다. 춘절이라 그런 건지 바이러스 때문에 그런 건지 도시 전체가 어두웠다. 그래도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

콴청광장(사진 1), 호텔 방역 문진표(사진 2), 부용 옛길(사진 3)

응급의학과 교수이자 작가인 낭궁인 선생님의 <지독한 하루>를 챙겨 왔다. 오늘은 아니 어쩌면 중국에 있는 우리의 일상도 당분간은 지독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적응하고 버텨내고 이겨낼 거라 믿는다. 부디 그 과정에서 우리 교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같은 시기에 남궁인 선생님은 다큐멘터리 촬영차 중국에 왔다가 봉쇄당했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으로 향하는 도중에 봤던 풍경이 계속 생각났다. 지난으로 향하면서 코로나가 무엇인지 점점 실감하게 되었다. 휴게소에서의 풍경,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 영화 <감기> 같은 곳에서 봤던 풍경이 지난 톨게이트에서 펼쳐졌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차를 막고 검문하는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사스랑은 다른 거구나. 문득 지난 톨게이트에 멈춰 선 차와 뒤에 가득 실린 책들을 보며 '황금마차'가 생각났다. 군대에서 죽어라 훈련받고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오던 이동식 매점, 호텔에 도착해서 아내와 상의 후 그림을 그린 뒤 "나 이거 해야겠다."라고 말하자, 아내는 내가 막 그린 그림을 잘 정리해서 그려줬다. 1월 27일 자정을 넘긴 시간, 지난 샹그릴라 호텔에서 황금마차가 탄생했다.


아내가 다시 그린 황금마차 광고 초안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서관의 문을 언제 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왔다. "이러한 시기에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서관 휴관 공지를 올린 후부터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이고, 그 질문의 답이 황금마차였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위기가 찾아왔고, 위기를 체감하며 용기를 냈다.


'과감함'. 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녀석이다.

'몽상가'. 이 녀석도 마찬가지로 항상 내 뒤를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말도 안 되는 그림 한 장 그려놓고 이동식 도서관을 운영하겠다고 공지했다. 아니, 선언한 것이다. 뒤로 무를 수 없게. 용기는 자주 생기지도, 오래가지도 못한다. 황금마차를 하면서도 두려움에 사로잡힌 적이 많다. 용기와 기회는 보통 동시에 생긴다. 찰나의 순간 그 용기를 내고 기회를 잡아야만 무언가 할 수 있다. 아니 저지를 수 있다. 황금마차는 도서관의 공익성을 드러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황금마차_더 비기닝"


바이러스에게 먼저 기습을 당했지만, 이제 반격할 차례가 왔다. 책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이 있다. 문학은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러한 확신을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덧, 아내와 나는 1월 28일 오후에 청양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그리고 그대로 각 지역은 봉쇄되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고속도로 한 복판에 갇혔을 것이다. 때론 찰나에 용기를 낼 때 운명도 함께 한다. 우리는 청양에 돌아오자마자 마스크부터 확보하려고 했지만, 마스크가 한 장에 무려 17원(3,000원)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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