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원 청년이 기부한 마스크 200장, 2020.02.18.
바보 곁엔 바보가 모인다 : 선한 영향력 2020.02.18.
-운영위원 청년이 기부한 마스크 200장
살면서 마스크가 비싸서 못 살 거라고, 없어서 못 살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황금마차 3주 차 매일 마스크를 소비하다 보니 집에 있는 마스크도 점점 떨어져 간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보내준 마스크를 한인회에서 나눠주기 시작했고, 1인 4매를 받기 위해 마스크 한 장을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황금마차를 마스크 받는 시기에 맞춰 운영하며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있었지만, 나 역시도 마스크가 떨어져 가고 있었고, 집에서 보내신다는 마스크는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다(마스크는 6개월 뒤 한국으로 반송되었다). 뉴스에서는 여러 공장을 마스크 공장으로 전환시키는 곳이 많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마스크는 부족한 건지 알 수 없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오전에 갑자기 연락이 왔다. 도서관 운영위원회 소속 청년이 "선생님 고생하시는데, 마스크라도 기증하고 싶어요."라고 연락한 것이다. 아니, 이 시기에, 마스크를 어떻게 구한다는 것일까?
청년은 씩 웃으면서 어제 발품 팔아서 엄청 바가지 쓰고 산 마스크라며 마스크 200장을 기증했다. 한국 돈으로 90만 원 상당의 마스크를 기증하는 모습을 보고 그 청년이 마트를 돌아다니며 3~4장씩 구매해서 모았을 모습이 그려졌다.
정말 바보 곁엔 바보가 모인다. 이 힘들 시절에 자기 쓸 마스크도 없으면서 마스크 기증하겠다고 마트에 있는 마스크를 바가지까지 쓰며 사온 청년의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선한 영향력'을 생각하게 되었다. 칭찬받으려고 한일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려고 한 일도 아니다. 그냥 살리기 위해 한 일인데,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며 함께 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지금 느낀 감각을 잊고 싶지 않아서 마스크 사진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처음과는 달리 이제 교민들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가에 웃음이 돌기 시작했고, 경계보다 감사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황금마차에 사랑을 실었다. 잠시 나무를 보니 어느새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간을 흐르고 있고, 추운 겨울은 지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도 봄이 올 것이다.
바보처럼 황금마차를 운영하며 교민들을 기다리는 시간에 도서관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어제 은유 선생님의 <쓰기의 말들>을 읽었는데, 고민도 좋지만 일단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황금마차처럼.
"글을 안 쓰는 사람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 자기 고통에 품위를 부여하는 글쓰기 독학자의 탄생을 기다린다."
_은유, <쓰기의 말들>(유유, 2016) 중에서
언젠가 꼭 글쓰기 모임을 만들 것이다.* '기적'이란 말이 고픈 시절이지만, 오늘은 마스크 바가지 쓰고 산 바보 청년 덕분에 겨울에 봄을 느낀다, 바보같이.
2020. 02. 18. 겨울과 봄 사이에서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2022년 9월, 수요 글쓰기 모임 수작은 어느덧 1주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