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의 여유_꽃과 일몰이 내게 알려준 것들
호흡을 가다듬고 : 1분의 여유_꽃과 일몰이 내게 알려준 것들
꽃과 일몰에게 마음을 준 동기는 몹시 불순하다. 희망 고문이 너무 짜증 나서 하늘을 보며 욕이라도 하러 나갔다 아름다운 일몰을 봤고 그날부터 계속 일몰을 보기 시작했다. 꽃도 커피라도 마시러 나갔다가 꽃집이 보여서 들어갔는데, 도서관에 꽃을 두면 좋을 거 같아서 구매하기 시작했다. 화풀이용으로 꽃을 사고 일몰을 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생활이 되었다.
이제는 꽃과 일몰을 좋아하는 한량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군대에 있을 때 관리하던 화분이 많아서 좋아했던 꽃도 화분으로 관리하는 일은 싫어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꽃에 물 주는 일을 어색해하다가 오랜만에 화병에 꽃을 꽂으니 묘한 부담감이 생겼다. 어떤 꽃은 오래가고, 어떤 꽃은 일주일을 못 버티기도 한다. 자주 가는 꽃집에서 알려준 팁을 이용해서 관리하니 웬만한 꽃들은 2주일 정도는 갔다. 환경에 예민한 수국이 30일을 버텨서 놀라기도 했다. 꽃은 나에게 사소한 행복을 알려주었다. 이곳에서 장미꽃 한 송이는 5원이다. 환율이 조금 올라서 한국 돈 천 원 정도 하겠다. 커피를 사서 플라스틱 통이 생기면 장미 같은 꽃 한 송이를 꽂아둔다. 그 친구들은 나와 일주일 혹은 이주일을 함께 한다. 다른 화병에 꽂는 꽃도 20~50원 안에 구매한다. 그 친구들도 나와 일주일 혹은 이주일을 함께 한다. 꽃을 관리하고 버리고 다시 사는 일을 반복하니 지나친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와 함께 하는 동안 최대한 예뻐해 주고, 물을 갈아준다. 그리고 시드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하고 보낸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관계가 시드는 일, 지금처럼 비자 문제로 가족을 못 만나는 일 등. 이런 일들을 이미 꺾인 꽃을 사서 화병에 꽂아두었다가 시들면 버리는 것처럼 마주하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일은 흘려보내거나 시기를 기다리기로. 이제는 꽃을 제법 잘 사게 되었다. 어떤 꽃이 오래가고, 어떤 꽃이 일찍 시드는지도 계산하며 사게 되었고, 단골 할인 등을 적용받게 될 정도로 꽃을 자주 산다, 커피처럼.
일몰이 나에게 가르쳐 건, 매일의 다름과 소중함이다. 우린 매일 똑같은 삶을 산다고 불평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일몰을 보면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다. 매일 일몰의 시간이 바뀐다. 미세하지만 점점 느렸다가 점점 빨라진다. 일몰을 찍는 데 사용하는 시간은 1분이다. 도서관에 앉아 있다가, 집에서 쉬다가, 카페에서 작업하다가 직감으로 일몰을 감지하면 벌떡 일어나서 사진을 찍는다. 흐린 날도, 맑은 날도 있다. 하루가 그렇다. 매일이 그렇다. 좋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는 거다. 그렇게 월간 일몰을 시작했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일몰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보면, 하루의 질감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하루를 맞이하고 하루를 보낸다. 하루의 다짐과 하루의 위로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하루의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일출이 아닌 일몰을 찍는다. 하루의 질감이 다르단 걸 알게 되면, 그 하루는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하루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어떻게든 하루를 잘 살아보려고 한다. 일몰은 태양이 자신의 힘을 놓으면 서서히 물러나는 시간이다. 인생도 일몰처럼 지고 싶다. 움켜잡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일몰처럼 빛을 내며 아름답게 가진 것을 놓아주고 싶다.
하루에 1분이라는 시간은 누구나 낼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작은 틈으로 숨을 쉰다. 안 좋은 감정을 보내고, 좋은 감정을 깊게 마신다. 꽃과 일몰, 단거리 달리기를 멈추고 마라톤을 하려고 호흡을 가다듬는 나에게 주신 신의 선물이다.
2022.07. 어둠과 빛 사이에서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