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칭다오 청소년 문학의 밤

칭다오 경향도서관 청소년 서포터즈 1기

2022 칭다오 청소년 문학의 밤 : 칭다오 경향도서관 청소년 서포터즈 1기


도서관은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이다. 만 4년이 넘었지만, 해외에서 한인 도서관이 자리를 잡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공공성이 있는 일에 호의적이지 않은 곳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도서관 자원봉사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생기부와 연관된 일이기에 민감한 사안들이 많고, 오해하고 왜곡되기 쉬운 사안들도 많다. 무엇보다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로 자원봉사할 곳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자원봉사자를 170명 뽑은 적도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네 명이서 하는 것인데, 출석 관리부터 봉사증 발급까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여러 이슈들이 지나고 나니 청소년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왜 이토록 입시라는 문을 향해 달려가며 추억도 없이 청춘을 지나칠까, 안타까운 마음이 점점 더 커지자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낭만'을 알려주자.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자.

50명의 청소년을 확실하게 품어주기로 마음먹고 칭다오 경향도서관 청소년 서포터즈 1기 광고를 올렸다. 생기부와 상관없이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은 친구들만 신청하라는 문구와 함께 광고를 올렸고, 신청 이유 또한 받았다. 무슨 서면으로 면접 보는 것도 아닌데, 길게 써서 보낸 친구들도 있었다.

2022 칭다오 청소년 문학의 밤, 포스터는 홍보 3팀이 만들었다.

확실하게 밀어주기로 마음먹었기에 혜택도 파격적이었다. 청소년 문학의 밤에서 기획, 진행, 홍보부로 활동할 수 있고, 시간 날 때 도서관에 방문해서 봉사하면 봉사 점수가 학점은행처럼 적립되는 개념이다. 물론 시간을 정해서 봉사해도 되고, 환경 캠페인 등, 도서관을 통해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기획팀과 진행팀과 홍보팀을 구성해서 활동할 수 있다. 혜택은 연말에 서포터즈 굿즈를 증정하고 봉사증을 발급하며 도서관 우대 회원으로 대출 권 수를 두배로 늘려준다. 그리고 송년 모임으로 간담회와 다과회를 진행할 예정이고,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1인 1권씩 추천할 수 있다.


자발성을 최대한 살리는 활동이다. 청소년 서포터즈 1기는 총 57명을 모집하게 되었고, 바로 문학의 밤 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엔 작년과 다르다. 왜냐하면 작년에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다 번아웃의 쓴맛을 봤기 때문에 대회를 마치며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장소 섭외부터 심사위원 섭외와 학교와 기관 협조 요청까지는 내가 하고 대회 기획부터 진행과 홍보까지 청소년 서포터즈 친구들이 팀장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처음이라 계획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진 않았지만 투박하더라도 청소년들의 행사를 청소년들이 준비했다는 것에 성공이라 말하고 싶다. 청소년들의 행사에 어른들이 얼굴을 보이면 보일수록 행사는 무거워진다. 청소년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도 내 친구들과 수련회부터 각종 행사까지 했었으니까, 지금 청소년들은 우리보다 더 신선하고 똑똑하니까.

2022 칭다오 청소년 문학의 밤, "안녕, 칭다오"

2022 칭다오 청소년 문학의 밤은 "안녕, 칭다오"라는 주제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영상 공모전 시상식 및 상영회와 제2회 칭다오 경향도서관 문학상 수상식 및 낭독회로 진행했다. '안녕'이란 주제는 우리를 울게 하고, 웃게 하고, 다시 울게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마주하는 어색하지 않고, 헤어지는 안녕은 아쉽지 않고, 평안을 바라는 안녕은 현실이 될까. 모르겠다. 다만, 오늘 우리는 2022 칭다오 청소년 문학의 밤을 통해 확인했다. 누구나 그렇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니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살면서 '안녕'이란 말을 참 많이 하고, '안녕'을 참 많이 바란다. 그리고 영원한 '안녕'은 없었으면 한다. 우리의 안녕은 하나가 되었다.

90여 명이 현장에서 함께 안녕을 나눴고, 87명이 실시간 방송으로 안녕을 나눴고, 영상을 공개하는 동안 1,100명이 안녕을 빌어주셨다.


우리의 안녕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안녕이라고 말하며 헤어졌으니 다시 안녕이라 말하며 만날 것이다. 헤어짐은 만남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작년 산문 부문에서 대상을 탄 이채니 학생은 올해 시 부문에서 대상을 탔다. 그리고 이제 이채니 학생을 한국으로 보낼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의 성장을 볼 수 있어 기뻤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또 안녕하길 바란다.


올해 시 부문 최우수상은 9학년 채현송 학생이, 산문 부문 대상은 8학년 임현지 학생이, 최우수상은 9학년 김동후 학생이 수상했다. 작년에도 9학년 두 친구가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중학생들이 상을 받았다. 아무래도 우리는 나이를 먹으며 좋은 말로 사회화되는 거 같다. 다른 말로 낡은 아이가 되는 것일 테고. 이 친구들을 보며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지켜줄 수 있을까, 그 순수한 맑음을. 다른 건 모르겠고, 응원하고 싶다. 그러니 오늘 참석했던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도 무럭무럭 자라서 맑은 모습으로 무대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솔직함이 담긴 글을 공개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에 심사위원을 맡아주신 분은 난다 출판사 대표 김민정 시인이었다. 보통의 용기로는 참여하기 힘들었을 거다. 용기를 냈고, 김민정 시인의 심사평을 받는 기회,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기회를 얻었다. 모두 수고 많으셨다. 또한 진심이 담긴 심사평을 보내주신 김민정 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

영상 공모전도 수고 많으셨다. 나는 '국기에서의 추억'을 보며, 울었다. 학교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사건이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각인되었는지 살피지 못했다. 흐르는 눈물에는 미안함과 애틋함과 기특함이 모두 섞였다. 다들 이곳에서 얼마나 단단한 시간을 보냈는지 가늠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통통 튀는 친구들의 밝음도 좋았다. 참여한 모든 친구들과 심사를 맡아주신 오케이 필름 이용휘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글빛 한연희 작가님 덕분에 문장 전시회까지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각자의 방식으로 추억하고,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극복한다. 우리 사이에는 '이방인'이라는 유대감이 있다. 각자인 우리가 오늘 깊은 연대를 이루었다 해도 되겠다.

광복절, 유관순 열사와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꿈을 위해 만세를 외쳤다. 장소를 제공해 주신 박현수 관장님과 상을 주신 민주평통 칭다오 협의회와 한인회 회장님과 함께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사드린다. 오늘의 추억이 앞으로의 삶에 많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이제 보름 뒤에 아내와 준서가 온다. 우리 가족 모두 안녕하려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2022.08.15. 광복의 밤, 보람과 해방 사이에서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