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양성 1일-2일 차
월요일 오후까지 컨디션이 좋았는데, 저녁부터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열은 36.8도 지극히 정상이다. 어제 메시의 대관식을 본 여파라고만 생각하고 잠들었다.
20일 새벽 2시에 베개가 너무 뜨거워서 열을 재니 38.5도. 망했다. 화장실을 몇 번 갔고, 등 전체가 아프기 시작했다. 속으로 씨*, 씨* 양 같아,를 외치기 시작했고, 아침에 마침 이웃에 사시는 도서관 운영위원분에게 연락이 와서 자가진단키트를 얻었다.
감기 증상 있어도 계속 음성만 나와 키트가 제대로 작동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검사한 지 30초 만에 두 줄이 떴다. 양성이다. 그리고 비상이다.
최근 2주 동안 도서관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만난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마주쳤던 분들에게 연락을 드려서 ‘양성’ 임을 말씀드리고, 송구하단 말씀을 드렸다. 죄송이 아닌 송구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이제는 누가 누구에게 옮긴 건지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꾼 악몽이 현실이 되었다.
관리실에 연락했더니 지금 병원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료도 못 본다고 집에서 버티라고 한다. 현재 나를 관리하는 인원은 없고, 안 나갈 거지만 난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 타인도 마찬가지겠지. 오전에 연락 돌릴 때만 해도 “독감보단 약한 거 같아요.”라고 했는데, 오후가 되니 점점 열이 오르고 몸을 주체하기 힘들어졌다. 주변 분들 덕분에 양약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한약과 교포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병원에서 처방약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실상 약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나도 아프면 안 되지만, 나만 아픈 게 지금은 최선이다. 나만 이 고통을 느껴야 한다. 아내와 25개월 준서한테까지 이 고통을 줄 순 없다. 아내도 감기 증상이 있었지만, 음성이다. 감기인 게 다행일 때가 있다.
21일 2일 차
저녁 무렵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다. 일어나니 새벽 4시였는데, 열은 39.8도, 근육통은 절정이다. 약을 먹어도 39도 아래로 내려가질 않는다. 죽을 상을 누워있는데 갑자기 다른 한글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연말 보고서 23일까진데 어떻게 하는 거냐고. 오늘이 21일이구나. 답변을 짧게 마치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결과를 봤다. 떨어졌다. 8,150:50이면 떨어질만하다. 각설하고, 입에선 또 욕이 나오기 시작한다. 오전엔 시체처럼 늘어져 있다가 오후에 노트북 전원을 켜고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 회계보고까지 하려니 죽을 맛이다. 그래도 죽 한 그릇을 5시간 동안 꾸역꾸역 먹으며 보고서를 완성했고, 발송 버튼을 눌렀다.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고 약도 먹어서 그런지 한결 나아졌지만, 여전히 목은 아프고 미각은 돌아오지 않았으며 근육통도 여전하다.
미각이 떠난 자리엔 촉각만 남았다.
죽은 속이 편안해지는 음식인데,
촉각만으로 먹기엔 버거운 음식이었다.
그래도 죽을 배달 시켜 먹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LA 안 부러운 칭다오 청양 한인타운이라 다행이다.
누가 코로나를 가벼운 감기라 했던가
죽을 듯이 아픈 바이러스니 먼저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말자.
누군가는 이 바이러스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으니.
코로나 연대기도 만만치 않았지만, 코로나 해방일지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빨리 감염될 줄 누가 알았겠나. 다만 누구에게, 어디서 옮겼을까,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우연히, 어쩌다만 생각하려고 한다. 3년을 피하다가 걸린 허무함은 온전히 내 몫이다.
2022.12.21. 코로나 2일 차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