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아픈 건 못 참겠다

부모의 무기력이 극에 달할 때

짐승은 도움이 필요하면 웁니다. 기뻐도, 슬퍼도, 아파도, 아프지 않아도 웁니다. 그렇게 울어서 비워내고 살아갑니다.

인간은 도움이 필요하면 눈치를 봅니다. 기뻐도, 슬퍼도, 아파도, 아프지 않아도 눈치를 보고 단 몇 초라도 참습니다. 그렇게 울음을 참으며 비워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짐승은 자연을 거스르는 법이 없습니다. 온전한 자연환경에서라면요. 순리대로 살다가 순리대로 죽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며 살아갑니다. 온전한 자연환경을 자신의 편의에 맞게 고쳐서 사용합니다. 편의대로 살다가 편의대로 죽습니다.


문제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데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년 동안 지구는 빠르게 망가졌고, 지난 100년 동안은 더 빠르게 망가졌고, 지난 30년 동안은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로, 풋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복리 이자는 가난에만 붙는 것이 아니라 환경파괴에 대한 보상에도 붙습니다. 인간이 미래를 담보로 잡고 자원을 과하게 사용했으니까요.


새벽 4시가 되니 약 기운이 떨어지고 새로운 통증이 오기 시작해서 일어났습니다. 열은 38도까지 내려갔지만, 눈이 뜨겁고 기침하고 가슴 통증이 오기 시작했네요. 근육통과 인후통 차례인 거 같습니다.


어쩌다 지구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처음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은 사람은 지금 살아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어났습니다. 살아 있다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을까요. 인간만이 책임지지 못할 일을 대수롭지 않게 합니다.


새벽에 이 글을 쓰고 잠시 위챗을 보니 한국 학교에서 획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는 통지문이 보였습니다. 진작 알았다면 사적인 만남 자체를 안 했을 텐데…

인생의 역사, 올해의 책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새처럼 다뤄야 한다. 새를 손으로 쥐는 일은, 내 손으로 새를 보호하는 일이면서, 내 손으로부터 새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내 삶을 지켜야 하고 나로부터도 내 삶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결국 아이의 삶을 보호하는 일이다. 아이를 보호할 사람을 보호하는 일이므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아이에게 가해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이제 네 이야기를 너에게 할게. 그러니까 네가 태어났을 때 내가 나를 무섭게 노려보며 경고했다는 이야기. 조심하라고, 네가 나를 필요하다 느끼는 마지막날까지 나는 살아 있어야 한다고.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내가 필요하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_신형철, 『인생의 역사』(난다, 2022) 중에서


집에서 나만 양성이고 자녀들은 음성일 때 대부분의 부모는 ‘그래도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쉴 것입니다. 반대로 자녀가 양성이고 자신은 음성이면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라고 하겠지요. 부모의 마음이 대개 비슷할 것이고, 저는 전자의 한숨을 쉬는 중입니다. 준서도 열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음성으로 나오네요. 지금은 39.4도까지 올라 그저 눈물만 흘리며 열이 내리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발열 패치 한 장 구할 수 없는 거지 같은 상황에서 저는 시원하게 욕도 못 한다는 게 답답할 뿐입니다.


현재로선 도서관을 1월에 개관하는 건 무리수로 보입니다. 수많은 변이와 돌파 감염까지 생각하면 조금 더 안정이 필요할 때 개관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무리수를 던질 때는 아마도 이곳을 떠나도 된다고 판단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서관은 적어도 청양이 정상화(정상 등교, 의료시스템 정상화, 확진자 감소) 될 때까지 무기한 휴관에 들어갑니다. 21일까지 반납하기로 한 분들 가운데 자가격리 중이신 분들은 무리하게 움직이지 마시고 가정을 먼저 돌보시길 바랍니다. 다 회복하시고 반납 부탁드립니다. 도서관 재정비도 느려도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 뵈어요. 안정된 사회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택배도, 배달도 모두 힘든 거 같습니다. 자영업자분들도 힘내세요~!


2022.12.22. 코로나 확진 3일 차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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