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단상

공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신속항원검사, 자가진단 미니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

빠르다, 정말 빠르다,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 기관차처럼 달린다. 갑자기 언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쳤냐는 듯 다 풀기 시작한다.


과도기는 시대와 시대 사이에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 중이다.


지난밤엔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약상자를 보며, 준서가 먹을 약은 있는지, 아내와 내가 먹을 약은 있는지, 마스크는 몇 장이나 남아 있는지 확인하며 부족한 것들을 채우려고 했지만, 약이 없다. 자가진단키트도 없다. 약사이신 처가 이모님께 이것저것 여쭤봤는데, 가능하면 약통을 여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가능하면 마스크가 떨어지는 일들도, 약통을 여는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전환'이란 두 글자를 하도 생각했더니 꿈도 코로나와 공존하는 꿈을 꿨다.

도서관에 앉아서 차를 함께 마시던 상대가 "저 무증상인데 이제 돌아다녀도 된대요."라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꿈이니까) 문을 활짝 열고 웃으며 오는 준서를 향해 "안 돼, 오지 마!"를 외치다 깬 악몽이었다. 도서관에 방문하셨던 분들 가운데서도 확진 판정을 받은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제 감염된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밀접 접촉자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확진된 분들도 무슨 잘못이 있는 건 더더욱 아니고. 어쩌겠나, 과도기인걸. 일단 나는 음성이고, 나도 코로나 검사를 시간이 날 때마다 받고 있는데, 더 이상 이대로 노출된 상태로 지낼 순 없을 거 같아 반납도 무인으로 받으려고 한다.


'전환' 중이다. 삐삐에서 시티폰 쓰던 세대로, 시티폰에서 핸드폰 쓰던 세대로, MP3 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될 때 적응 기간이 필요했듯이,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적응할 시간인 거 같다. 그래서 더 자신을 잘 챙겨야겠다. 과도기라는 다리 하나 잘 건너서 좋은 세상에서 만나면 좋겠다. 다들 처음 건너보는 다리이니 서로 조심하면서 나아가길 바란다.


약이 부족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라는 권고문
인구 100만이 훨씬 너는 도시에 해열제 100만 개 들어왔다고 안심하라는 담화문

나라에서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한다. 이웃 사랑을 외친다. 예전에는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을 외쳤는데,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요”라는 복음송 가사가 생각난다.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풀어준다고 하자 더 숨죽이게 되는 이상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코로나, 가벼운 감기? 코로나 초창기 때을 생각 하자. 경험의 함정에 허를 찌르지 말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도 빠지지 말자. 무시하면 안 되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녀석이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고, 대신 아파주지 않으니 소중하고 유한한 내 삶을 잘 지켜내길.


2022.12.19. 메시가 소원 성취한 날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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