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늘의 문장_짧은 인생

류이치 사카모토_2023.09.05.

오늘의 문장은 인생을 접고 예술로 남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위즈덤하우스, 2023)에서 가져왔습니다.

이것으로 저의 이야기는 일단 마칩니다.
Ars longa, vita brevis.(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355쪽

 

오늘의 질문은 풍화의 흔적에서 시작되었고,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에서 점차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어린이들과 나눴습니다. 어린이들은 아주 오래전에 떠났던 여행을 생각하며 사진을 보면 더 선명하게 기억난다고 해서 여행책에 사진도 붙이기로 했습니다.


"예술은 길고, 여행은 짧다"라는 말로 산문집을 마무리한 사카모토의 책에는 백남준부터 MC스나이퍼와 새소년의 소윤까지, 한국의 다양한 예술가와의 일화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는 것이고, 그 길이 다정하고 단단했기에 우정과 존경을 동시에 나눌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기록을 남기면 내가 뱉었던 말과 행동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생각하며 돌아보고, 쓰면서 돌아보는 일이 결국 돌봄으로 이어지는 것. 기억도 시간의 풍화를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그때마다 내가 남겨놓은 족적 같은 기록을 보는 것이 방향을 가늠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나치게 화려한 것들은 풍화의 흔적을 추하게 남깁니다. 덤덤한 것들이 풍화의 흔적도 호젓하게 간직합니다.


인생이 생각보다 짧다는 생각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살아생전에 남긴 기록이 예술로 승화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다만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글을 만들어 내는 능력보다, 글을 다듬는, 정제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나는 거 같습니다. 많이 쓰고 고쳐서 완성해야 다듬는 능력도 생기는 것이겠지요. 산만하게 퍼져 있는 글을 모으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오늘의 문장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는 질문으로, 저녁에는 답을 나누며, 터지기 직전인 풍선처럼 부풀어 버린 마음에 구멍을 내야겠습니다, 터지지 않게 조심히.


개인적으로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이 사람과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어려운 상황을 대하는 방식이 정말 좋았습니다. 자신의 소멸을 받아들인 사람의 모습 앞에선 언제나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확신하는 사람일수록 현생의 삶에 더 충실해야 합니다. 확신을 주신 분이 '사명'도 주셨을 테니까요. 잘못된 사명감, 엇나간 대의만큼 위험한 것도 없기에 '방향성'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저도 하루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덧, 이병률, 김금희, 신경숙 작가님이 도서관에 들렀을 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왔었습니다. 도서관을 잠깐 열었을 때 막 들어오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오늘 신경숙 작가님께 답장을 받았는데요. 어린이들에게 방향성은 곧 본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쩌다 낡은 아이가 되어 순수한 어림을 잊어가는지, 방향을 애써 찾아야 할 정도로 안경에 편견이라는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였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런 돌아봄이 따뜻한 돌봄이 되어 곤하게 잘 수 있겠습니다.


깊고 곤한 밤 보내세요. 내일은 오전 11시에 열고, 오후 8시에 닫는 날입니다.

심야 독서 모임 다시 출발합니다.  


#류이치사카모토 #나는앞으로몇번의보름달을볼수있을까 #위즈덤하우스 #오늘의문장 #인생 #방향 #속도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