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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Mar 06. 2022

결실(結實)

교환학생으로 내가 얻은 것

외국생활은 어땠냐고 묻는다면 글쎄, 특별한 것은 없었다. 

사람 사는 건 어디든 다 똑같았다. 

지루했다가 피곤했다가 

날이 좋아 행복했다가

과제와 시험에 지쳤다가

문득 웃음이 터졌다가

막막했다가 외로웠다가, 

그런 것들이 반복되는 지겹도록 평범한 날들이었다. 


특별한 것도, 인생 경험이니 교훈이니

뭐 그런 거창한 것도 없었다. 

영어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고 

외국인 친구들 역시 그저 스쳐 지나는 인연이었다. 

남쪽 나라로 훌쩍 떠났다고 해서 

갑자기 공부가 재미있어진 것도 아니었고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갔다고 하여

갑작스레 인간관계가 달라지는 일도 없었다. 

지구 어디에 던져져도 나는 그저 나였다. 


대학교 3학년 1학기, 

수많은 선택지 중 나의 선택은 교환학생이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빈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그 역시

충분히 소중하고 애틋했을 것이다. 

다른 이에게 권유하고 싶은 경험이었냐고 묻는다면

조금 망설일 것 같다.

다만 누군가 나에게 또다시 교환학생을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가장 좋았던 것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았던 것, 

가장 싫었던 것은 누구도 나에게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은 길을 수 없이 많이 걸었고, 

매일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한 순간도 뻔한 적이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울함과 즐거움과 

외로움과 고마움이 오락가락했던 나날들이었지만

결국 하루의 끝은 늘 행복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느리게 흘렀던 시간 동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평범했던 일상에 

매일 다른 숨결을 불어넣으며

나의 스물둘을 한 편의 이야기로 엮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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