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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Mar 17. 2022

교환학생 생활 시작

2일차 단기유학생

잘 안 풀리는 듯 잘 풀렸다. 

멜번 입국심사는 정말 까다로웠다.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은 여러 줄로 분류되었다. 

짐가방이 일일이 풀어헤쳐지는 사람들도 있었고

개를 풀어 가방 냄새만 맡게 하고

끝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지루해 

잠시 핸드폰을 봤더니

여기서 핸드폰을 하면

360달러 벌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겁을 먹은 상태로 오래도록 기다려

드디어 공항을 빠져나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반갑다면 껴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틈에서 나는 혼자였다. 


이제 정말 혼자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고 

이제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수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니

난 지금 혼자라는 사살이 더욱 와 닿았다. 

외로워할 틈도 없이 선불 유심카드를 구입해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티켓을 샀다.

그러고는 홍콩 공항에서 기다리며 보냈던

인스펙션 메일들을 확인했다.

세 곳에서 집을 보러 와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사이 에어비앤비 호스트와도 연락이 닿아

시내로 곧바로 이동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는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예뻤고

호스트는 후기대로 친절했다.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내 집처럼 생각하라고, 편하게 지내라고,

여기 있는 동안 뭐든 다 써도 상관 없다고,

네가 편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말해주고는

일을 하러 나갔다. 

그냥 인사치레겠거니 하며 조심스레 다녔는데

호스트는 항상 나에게

괜찮니? 어때? 편하게 있어. 이거 쓸래? 이거 먹어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에게 말하지, 왜 말하지 않았어?

이야기 하라고 했잖아 라며

끊임없이 내 걱정을 해주었다. 


설거지를 하기 위해 세제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는데

필요 없다고 자신이 할테니 그냥 내버려두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체크아웃 시간은 10시로 되어 있었으나

내가 5시반에 앞으로 살게 될 집으로 

이동해야 해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체크아웃 시간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혹시 누군가 체크아웃 하는 날 체크인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렇게 적어둔 것이라고,

네가 나가는 날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니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다. 

나를 배려해주려는 진심이 담긴 그 말들에, 

호스트가 한국 문화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는 것에

너무나 기뻤다. 


멜번에 도착한 날 나는 세 집을 인스펙션 했다. 

학교까지 걸어서 30분정도 걸리는 집 두 곳과

트레인을 타야 하지만 꽤 가까운 한 곳.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난 두 번째 집을 골랐다. 

세 집 모두 월세, 거리, 마스터 모두 다 좋았고

플랫메이트도 나 혼자만 받았다. 

그런데 두 번째 집이 압도적으로 끌렸다. 

모든 빌 포함 4주에 600달러. 

한국인과 호주인 커플.

가까운 거리, 깔끔하고 예쁜 집. 

편리한 교통, 그리고 고양이 세 마리. 

전부 마음에 들었다. 

세 번째 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마스터로부터

지원씨가 들어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보고 연락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진짜 운이 좋다. 하루만에 집을 구하다니.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또 잘됐다고 축하한다고 

자기일처럼 기뻐해주었다.

좋은 사람들, 좋은 나날들.

이제 한 시름 덜었다.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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