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라문디 Mar 18. 2022

외로움이 나를 휘감아버렸던 날 1

도착 3일째, 새 출발 

앞으로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던 날, 

외로움이 나를 휘감아버렸던 날.

그렇게 먹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내가,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그저 우울함에 빠져버렸던 어느 날.

오늘 하루만큼은 내 자신을 위로하고 싶어

먹고 싶은 것이 생긴다면 가격을 신경쓰지 않고

먹어버릴 것이라 다짐했다. 


아무 계획 없이,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시내를 휘적이다가

지난 여행에서 소현이와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Nando's라는 가게를 발견했고

이끌리듯 들어가 랩을 하나 시켜 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처음으로 둘이 

한끼에 20달러 넘게 쓴 그 날의 하늘.

'맛있다'를 연발하며 씩 웃던 소현이의 얼굴을 되새기며

가게 구석에서 혼자 추억에 잠겼다.

그러다 우리가 좋아했던 팬케이크가 그리워져

랩을 급하게 해치우고는

팬케이크 가게를 검색해 찾아갔다. 


티라미수 팬케이크, 가격은 19.9달러.

그 동안의 식비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지만

나를 위해, 앞으로 남은 날들을 위해 과감히 주문했다.

점심을 이미 먹은 후였고, 

혼자 먹기에 많이 달고 느끼했지만

꿋꿋이, 깔끔하게 접시를 비웠다. 

그제야 숨이 좀 트였다.

 

맑은 하늘, 맛있는 음식, 예쁜 강변,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그제서야 내가 오게 된 이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얼마나 반짝이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곧 쉐어하우스에 들어간다.

그 곳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렇게 문득문득 숨막히는 외로움이 찾아올 때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교환학생 생활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