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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Mar 21. 2022

외로움이 나를 휘감아버렸던 날 2

어느날 갑자기 또  #2017.02.24

아침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외로웠다.

아, 나 외로움 잘 타는 사람이었나.

좋은 집에 친절한 마스터, 고양시 세마리.

그리고 OT에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다. 

그런데도 난 외로웠다. 

저녁이면 마스터 부부는 퇴근하고 돌아올 것이고

잉여로운 나에게 지금은 무얼 하냐며

카카오톡을 보내주는 친구들도 있다.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매일 매 순간 걱정해주는 가족들까지 있는데

이유 모를 서러운 감정이 나를 둘러쌌다.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편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이 곳 생활에 적응하겠지만

이런 감정에는 익숙해질 자신이 없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가 지고 난 후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특히 외곽에서 동양인 여자애가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부모님께서는 잘 모르지만 

내가 살고 있는 풋츠크레이는

사실 위험한 동네라고 들었다. 

그래서 어제 친구들과 놀고 해가 지기 전, 

8시쯤 귀가했는데도 좀 무서웠다. 


앞으로 밤 늦게 귀가할 일이 생길텐데, 

당장 다음주에도 환영회가 있어 

늦게 들어가야 할텐데 무섭다. 

겁 많은 나에겐 사소한 것 하나 하나 다 무섭다. 

오늘 세레나 언니 부부는 여행을 갔다가

일요일에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못 데려 가서 미안하다고, 6주 전에 계획한 거라고.

혼자 자기 무서울 텐데 문 꼭 잠그고 자라고.

친구들을 초대해도 된다고, 

다음엔 꼭 데리고 가겠다고,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괜히 더 무서워졌다. 


별을 보러 테라스에 나갔는데 

구름이 끼어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도로에서 달리는 차달을 보고 

고내히 겁을 먹어 금방 거실로 들어왔다. 

별이 보였다면 외로움이 조금 덜 느껴졌을까, 

두려움이 조금 덜 느껴졌을까

싱숭생숭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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