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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Mar 30. 2022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1

떡볶이를 먹을까 도넛을 먹을까 #2017. 02.27

이런 단순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언제 또 이런 여유와 사치를 누릴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은 편이라 "그걸 왜 벌써 걱정해?", "너 진짜 사서 고생한다."와 같은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주에서의 나는 정말 단순했다. 졸리면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심심하면 나갔다가 배고프면 먹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보냈다. 지친 나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휴식을 주었고 실수해도 자책하지 않았다. 복잡하게 엉켜 붙은 생각 대신 내 본능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바꾸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정말 나 다운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무서워서 밤에는 한 번도 테라스에 나가보지 않았는데 오늘 밤은 왠지 한 번 나가보고 싶었다. 별들이 하늘에 쫑쫑 박혀 있었다. 이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잠시 멍하니 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았다. 앞으로의 나날들이 설레고 기대되어 잠들기 싫은 그런 간지러운 느낌이 정말 좋다. 잠들기 전 고민이 없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던데 지금까지 열흘 동안 나의 고민들은 내일은 뭐할까, 떡볶이를 먹을까 도넛을 먹을까, 빵을 살까 과일을 살까 하는 그런 단순한 것들. 나 행복한 거 맞지? 이대로 계속 행복해도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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