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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Apr 02. 2022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3

시간표

한국 대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표가 짜였다. 이 학교 학생들은 최대 5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보통 4과목을 수강한다고 했다. 나의 경우 듣고 싶은 과목 7개를 골라 메일로 양식을 작성하여 보냈는데, 저절로 시간표가 입력되어 내게 돌아왔다. 3과목은 내가 원했던 과목이었고 한 과목은 전혀 다른 과목이었지만 수요일 9시~12시, 목요일 9시~3시, 금요일 11시~2시라는 완벽한 시간표를 망치고 싶지 않아 정정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수업과 수업 사이 붕 뜬 한두 시간 공강을 싫어하는 내게 정말 완벽한 시간표였다. 게다가 월, 화 공강이라니, 주말과 주중이 바뀐 것 같았다. 


이 말도 안 되는 시간표 덕에 심심하기도 했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었다. 주말에 실컷 놀아도 휴일이 있어 느긋하게 쉴 수 있었고, 아침에 시간 낭비하는 일도 없었다. Revenue Management 첫 수업을 듣고 솔직히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예쁜 시간표를 망치고 싶지 않아 조금 고생하기로 했다. 


시간표를 정정하는 방법도 굉장히 아날로그적이었다. 모모코와 렌이 정정해야 한다고 해서 학생 센터에 따라갔는데 우리나라처럼 전산처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양식을 수기로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다. 게다가 개강 후 1~2주면 정정할 수 없는 우리와 달리 한 달가량 정정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그 기간 내 아무 때나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면 과목을 정정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 전부 신기하고 새로웠다. 


지금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이 시간표가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표인지는 한국에 돌아가 봐야 알 수 있다. 전공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 몇 학점까지 인정될 수 있을지는 성적표가 한국 학교로 발송된 후에 몇몇 서류들과 함께 검토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 걱정한다고 바뀌는 일은 하나도 없을 테니 그냥 이 긴장감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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