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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Apr 03. 2022

첫 수업을 들은 날

#2017. 03.01

처음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보았다. 너무 오래 끓여서 떡은 풀어졌는데 이상하게 양념은 배지 않았다. 치즈를 너무 많이 넣어 치즈 맛 밖에 나지 않았고 양 조절을 잘못해서 혼자 먹기엔 너무 많았다. 맛있다, 스스로 최면을 걸며 먹으니 나름 나쁘지 않았다. 오늘 떡볶이는 실패했지만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고, 괜찮아질 것이고, 잘하고 있는 것이다. 


첫 수업이었다. 어제 먹은 곰팡이 핀 빵 때문인지, 긴장한 탓인지 아침부터 배가 아팠다. 출근시간 대라 버스도 계속 밀리고 밀려 결국 걸어가는 것과 시간이 비슷하게 걸렸고, 나의 첫 수업은 그렇게 긴장 속에서 시작되었다. 교수님 말씀이 빠른 편은 아니었는데 2시간 동안 쉼 없이 영어를 들으려니 머리가 아프고 딴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집중하기 힘들었고, 배가 고파졌고, 나 빼고 수업을 이해 못 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앞으로 3달간 어떻게 수업을 들어야 할지 너무 꿀꿀하고 막막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지쳐버린 기분이었다. 


난 이곳에서 외국인이고 첫 수업을 들은 것이다. 처음이니까 서투르고 잘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까 떡볶이를 만드는 것도, 영어 강의를 수강하는 것도 잘하지 못해도 괜찮고, 괜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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