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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Apr 13. 2022

자막 없이 외국영화보기

Beauty and the Beast

Beauty and the Beast, 한국어로는 미녀와 야수. 영어 자막이라도 깔린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자막 없이 오로지 귀로만 듣고 이해해야 하는 외국영화는 처음으로 시도했다. 호주의 영화관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자막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하게 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바우처를 창구에서 티켓으로 바꾸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너무나 익숙한 빨간 의자와 빨간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접이식 의자가 아니라는 것. 좌석이 지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 


10시 30분, 광고가 시작되고 나서야 사람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사방에 아이들로 둘러싸였다. 도서관에서도,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법이 없는 호주이기에, 영화가 시작되기 전 걱정을 했다. 다행히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조용해졌고 기특하게도 나는 자막 없이도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집중해서 감상했다. 


나는 영화 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 집중력이 감당하기에 1시간 30분은 너무 길다. 특히 외국영화는 아무리 자막을 띄워 놓고 본다고 해도 감독의 의도대로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엔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구경하는 마음으로 즐기고자 했다. 


뮤지컬 영화인 줄 모르고 예매했다가 배우들이 노래하는 장면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냥 말하는 것보다 노래 가사는 더 알아듣기 힘든데, 대사의 절반은 알아 들었을까 그럼에도 내 생애 두 번째 혼자 보는 영화이자 첫 번째 자막 없이 본 영화는 꽤 만족스러웠다. 화려한 색감이 내 눈을 자극했고 배우들의 간드러진 목소리는 내 귀를 자극했다. 한 번 도전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다. 다음에도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물론, 자막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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