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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Apr 14. 2022

Honey, enjoy your lovely day

너느내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음껏 드러내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늘 감추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자꾸만 드러내라고 한다.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에 둘러싸이다 보니 한국에 있을 땐 낯 간지럽다고 느꼈던 honey, lovely, enjoy라는 단어들이 좋아졌다.


멜버른 첫 숙소였던 에어비앤비 주인 커플도, 셰어하우스 마스터 부부도 서로를 부를 때 honey라고 불렀다. 뭐 우리나라로 치면 ‘자기, 여보’만큼이나 흔한 애칭일 것이다. 얼마나 달콤해야 서로를 꿀이라고 부르는 걸까, 허니라는 그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담아 부를까 허니라 불러볼 일이 없는 나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Zara가 필요한 물건이 있다고 함께 마트에 가자고 했을 때 Rizu는 게임에 정신이 팔린 상태에서 알겠다고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Zara가 내게도 같이 가자고 하는 말을 듣고 너희 둘이 갈 거면 난 그냥 집에 있어도 되지? 라며 말을 바꿨다. 그때 Zara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허니, 나 안 버린다고 했으면서 날 지금 버리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렇게 달콤한 투정이라면 매일 받아주고 싶을 것 같다. 이런 사람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웃음이 누군가에게 큰 행복을 안겨주었으면 좋겠다. 


Enjoy your meal, Enjoy the movie. Enjoy는 들을 때보단 내가 직접 말할 때 그 매력이 여실히 느껴진다. 꾹꾹 눌러 담겨있던 기쁨과 즐거움들이 한 자 한 자 발음할 때 팡팡 터지며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다. 감추지 말고 마음껏 즐거워하라고, 순진해 보여도 좋으니 행복을 한가득 머금어보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도, 길에서 살짝 부딪혔을 때도 이곳 사람들은 Thank you, Sorry라고 말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더라도 헤어질 때는 꼭 have a good day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그 말 대신 간혹 have a lovely day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lovely라는 단어에서 정말 사랑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사랑스러운 하루를 보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 자신을 사랑하는 하루를 보내라는 걸까, 내가 보고 듣는 그 모든 것에서 사랑스러움을 찾아보라는 걸까 기분 좋은 간지러움이 느껴지는 말이다. 용기를 내어 나도 have a lovely day라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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