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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Apr 20. 2022

홈파티 1

첫 번째 홈파티

날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르다. 어떤 날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 어떤 날은 나에게 과분한 친절을 베푼 누군가, 또 어떤 날은 무언가를 꼭 쥐고 있는 아이의 작은 손. 오늘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매일 지나던 그 길의 사소한 것들이다. 


나팔꽃, 민들레꽃, 이름 모를 하얀 꽃들 그리고 흰 나비. 늘 지나치던 이 벽돌 무늬마저 새롭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드디어 나의 첫번째 과제를 끝냈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어제부터 퍼먹은 누텔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오늘 수업만 끝나면 난 화요일까지 자유이고 적어도 주말까진 뒹굴댈 수 있다. 


과제는 월요일의 나와 화요일의 내가 나누어 끝내 주겠지. 트라이얼을 했던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르바이트는 다른 사람이 채용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좋다. 오늘의 하늘은 옅은 구름이 하얗게 빈틈없이 덮고 있었고 매일 걷던 그 길에서 어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조각을 발견했다. 튜토리얼 시간에는 내가 낸 의견에 다른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마스터가 베풀어 주신 호의에 맛있는 비빔밥을 먹을 수 있었고 정말이지 내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행복을 가득 안고 잠이 든 후 다음 날, 집에서 바비큐파티가 열렸다. 집에 외국인이 많아져서 너무 혼란스럽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 한 순간 이들이 아니라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혼자 피식 웃었다. 아직도 내 마음을 한국에 둔 채 몸만 왔나 보다. 한 달 넘게 머물렀는데도 여러 인종이 섞여 있는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 사람들이 올 때마다 Hi~ 한마디 하고는 사람이 적은 쪽으로 이동하기 바빴고 괜히 민망해서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엔 쓱 지나가던 아이들이 어느 새 내 옆으로 와서 조잘조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 비행기는 어디로 가고 있어? 이 물고기는 무슨 색이야? 고양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 이 장난감은 망가져서 고칠 수가 없어. 핑거푸드를 종류 별로 집어 내 입에 넣어 주는 아이의 때 묻은 손은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고 거부감 없이 나를 받아준다는 것에 고마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어 카나페, 크림치즈, 샐러드, 피자, 야채꼬치구이, 감자, 옥수수, 단호박 구이, 치킨 바베큐 온갖 종류의 술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날 밤 하늘엔 잔뜩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찬 새벽 바람을 맞으며, 예쁜 조명에 비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이 낯선 공기 속에 스며들어갔다. 


음악소리와 이곳저곳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이 뒤섞여 누군가 내게 건네는 말을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들이 내어준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나를 놓고 온전히 그 시간들을 즐겼다. 난 영어공부를 더 해야 해 라는 말에 of course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준 그들이 정말 눈물나게 고마웠다. 그것은 나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음에 대한 조롱도, 충분히 잘한다는 비영어권자에 대한 영혼 없는 위로도 아닌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처음으로 경험해본 홈바베큐파티는 맛있는 음식들, 신나는 노래들, 좋은 사람들 속에서 더없이 완벽하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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