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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Apr 22. 2022

홈파티 2

두 번째 홈파티, 팻의 초대

호주에서 부활절은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큰 명절이고 부활절 연휴기간 동안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였는지 그렇게 북적거리던 시내에도 사람이 평소보다 훨씬 적었다. 함께 축하할 가족들이 없는 나는 태즈메이니아로 떠나기 전까지 이틀 동안 쓸쓸하긴 하겠지만 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번 우리 홈파티에 왔던 세레나 언니의 직장동료 팻이 나를 부활절 파티에 초대해 주셨다. 파티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고 기뻤다. 


그런 마음 반, 아직 영어로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내가 과연 그 사람들 속에서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설렘과 긴장을 안고 언니와 함께 팻의 집으로 갔다. 우리 집보다 조금 더 외곽에 위치한 1층 집, 두 마리 개와 한 마리 고양이, 아이 두 명. 팻은 너희 집처럼 생각하라고, 와주어 고맙다며 몇 번이나 말했다. 나에게 건네는 말, 미소, 맛있는 음식들, 가족이 된 듯한 기분에 차가운 밤공기조차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런 밤에는 별이 참 잘 어울리는데 아쉽게도 별 대신 구름이 가득했다. 

구름 가득한 하늘 아래 서로의 온기를 느끼기 위해 딱 붙어 앉은 사람들, 처음 맛 본 태국 음식, 나에게 장난을 거는 제이든, 불 빛 하나 없는 외곽에 위치한 집. 캄캄하고 조용한 분위기는 지난번 파티 때의 분위기와 전혀 달랐지만 이 나름대로 포근하고 즐거웠다. 


한참을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너무 추워 집 안으로 들어갔다. 플로이드가 자꾸 내게 술을 권하는 통에 잠깐 도망쳐 제이든과 놀았는데 손끝만 건드려도 꺄르륵대는 그 순수함이 정말 예뻤다. 아이의 체력에 맞춰 노는 것은 내게 조금 버거웠지만 그 반짝이는 눈빛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나도 저렇게 예뻤던 적이 있었을까.


주량을 조금 넘겨 술을 마셨는지 어지럽다는 내게 팻은 계속 물을 건네주었고 끝까지 조심히 들어가라며 걱정해주었다.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엄마처럼, 언니처럼 대해주어 정말 편했다. 나도 팻에게 좋은 인연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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